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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endipity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글인데 생각나서 여기에다 복붙해서 올려보며 약간의 살도 붙임.) 우리나라 시간으로 19일 새벽 5시에 임윤찬의 위그모어 홀 데뷔 공연이 있었다. 당일에 곧바로 유튜브로 올라온 실황 영상으로 봤지만 그래도 정말 좋았다. 특히 첫 곡이 존 다울랜드의 ‘눈물의 파반느’라는 사실에 좀 놀랐다. 이 곡을 편곡한 윌리엄 버드가 올해로 400주기를 맞아서 선정했다고 하고, 원래 류트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처연하고 구슬픈 곡을 임윤찬이 피아노로 잘 재현한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긴 가야의 우륵에게 음악적 영감을 받았다는데 존 다울랜드나 윌리엄 버드 같은 17세기 작곡가들을 다루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나 싶다. 바흐 신포니아에서 빠른 템포의 곡을 연주할 때는 재기발랄함도 살짝 보였고 2부에서..
반 클리프 아펠 전을 보러 DDP에 갔다 델리프랑스를 발견하고 순간 눈이 동그래졌다. 델리프랑스는 2010년 홍콩에 갔을 때 스탠리에서 비를 피하며 크로크무슈와 커피 한잔을 마셨던 곳이어서 기억에 남는데, 당시 홍콩과 싱가포르에 매장이 있다고만 알고 있었다. 그때 먹었던 생각이 나서 소금빵과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며 전시회 내내 걷느라 살짝 지친 몸을 달래봤다. 검색해서 보니 프랑스에 본사가 있는 베이커리 브랜드인가보다. 지금 우리나라의 제빵기술도 눈부시게 발전했고 사람들의 입맛도 고급화가 되어 국내외 브랜드들의 각축장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여기서 승자는 누가 될지 좀 궁금하다.
이미 작년 12월 18일에 기말고사를 끝으로 2학기를 마치고 방학인 상태이지만 지난 학기 기말고사를 봤던 이야기를 미처 끝내지 못했다. 영어발음의 원리와 고급영문강독은 모두 어려운 과목이어서 걱정이 많았지만 나름대로 준비를 해서인지 두 과목 모두 성적도 나쁘지 않게 나와 한 학기를 마치면서도 굉장히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영어발음의 원리는 이미 이전 포스팅에 적은 바가 있고, 이제 고급영문강독을 풀어볼까 한다. 고급영문강독은 근대, 현대비평과 문화예술비평을 강독하는 과목으로 읽는 소재가 평론이다 보니 꽤 어려운 과목이었다. 가장 먼저 배우는 새뮤얼 존슨의 "Preface to Shakespeare"는 시험을 준비하는 순간까지도 어려워서 애를 먹었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입체적으로 와닿았던 글이기도 했다..
어제 기말시험을 치루고 나니 2학기도 끝이 났다. 2학기 수강과목은 3학년 과목인 '영어발음의 원리'와 4학년 과목인 '고급영문강독'이었다. 먼저 '영어발음의 원리' 이야기를 풀어보자면... 이 과목은 처음 편입하고 수강신청을 할 때 멋모르고 신청했다 어려워서 좌절을 맛보고, 반드시 재수강을 해서 좋은 성적을 받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특히 그런 생각을 놓지 않았던 계기라면 당시 이 과목은 오프라인 출석수업을 했는데, 강의를 하시는 선생님께서 '이 과목은 영어영문학과 학생이라면 꼭 들어야 하고 A+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디에 나가서 영어영문학과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라고 따끔하게 말씀하셨던 기억이 나서일 수도 있다. 그 선생님은 방송대가 처음 생겼을 때 입학하신 영어영문학과 1기 대선배..
스탠다드 오브 스터프를 나와 행궁동 구경을 잠깐 하고는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전에 정거장 맞은편에 있는 북수동성당을 갔다. 항상 지나치기만 했는데 제대로 들어가서 본 것은 처음이다. 성당 외부에 있던 성모자상. 유치원 때 봤던 왕관을 쓴 성모자상이어서 더욱 반가웠다. 성모자상이 정면으로 보이는 화단 방향으로 장궤틀과 의자가 있어 기도를 드릴 수 있도록 했다. 나도 잠시 앉아 성모님께 이런저런 기도를 전구했다. 성모님과 아기 예수님을 좀 더 가까이서 본 모습. 유치원 때 신자는 아니었지만 마당에 있던 성모자상에 기도를 드리며 유치원으로 향했던 기억이 난다. 그 덕분인지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은 세례를 받고 신자가 되었다. 세례를 받은지도 벌써 십수년 째다. 성당 앞 마당에 있던 로사리오의 길. 정약용이..
독감예방접종을 하고 항상 행궁동 쪽을 구경하는 것이 연중행사로 자리 잡았다. 행궁동에는 예쁜 카페와 음식점이 많아서 이미 행리단길로 유명한 곳으로 주말에는 유동인구가 꽤 많은 곳이다. 행궁동 카페를 순례하는 것도 연중행사가 되어 이번에도 어김없이 카페를 찾았다. 카페에서 내가 앉았던 자리는 사진에서 보이는 테이블 뒤에 있었다. 단독주택을 개조한 곳이어서 이곳은 방이었음을 대략 짐작할 수 있었고, 통유리로 바깥 풍경이 보여서 참 좋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것들. 원래 정원이 있는 마당이었을 것 같은 이곳은 여름에 발을 담그기에 딱 좋을 것 같은 수조가 있었다. 아마도 거실이었을 것 같은 이곳에는 테이블과 꽃이 있었고... 주문을 하고 주변을 찍던 중에 진동벨이 울려 내가 주문한 아메리카노와 레몬 휘낭시에를 ..
코엑스 노브랜드 버거에서 시그니처 세트로 점심을 먹고, 북문 쪽에서 열린 홍콩 미니어처 전시회에서 비록 진짜는 아니지만 미니어처로 홍콩의 곳곳을 보고 나니 언제쯤 홍콩에 다시 갈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그리고 코엑스에 왔던 이유는 다름 아닌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는 일명 '응커피'로 통하는 퍼센트 아라비카 커피를 혹시 마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개점한지 얼마되지 않은데다 이미 블루보틀이 처음 들어왔을 때 긴 줄의 행렬을 익히 봐왔고, 퍼센트 아라비카 커피도 대기만 한 시간이 걸렸다는 말을 들어서 큰 기대를 않은 상태였다. 금요일이어서 생각보다 줄이 길지 않았고 줄도 금방 빠져서 매장에 들어갈 순서가 되니 직원이 메뉴를 보여주며 친절하게 원두가 뭔지 무슨 커피를 추천하는지 잘 알려줬다. 대략..
목요일인 21일부터 26일까지 2학기 수강신청 기간이 왔다. 지난 6월에 기말시험을 보고 취득학점을 계산해보니 딱 졸업이 가능한 학점까지 도달했고, 이대로 졸업을 할 것인가 아니면 졸업유보를 할 것인가를 놓고 잠시 고민하다 결국 후자를 택했다. 처음 편입했던 학기 때 어려운 과목인줄도 모르고 수강신청을 했다가 C0를 맞은 과목이 있고, 작년 연말에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던 시기에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시험장을 가기 겁나서 결시를 했다가 과락을 맞은 과목이 세 개나 되어서 이 과목들을 다시 듣자는 생각에 많이 고민할 것도 없이 졸업을 미루기로 했다. 방송대 졸업요건이 기존 140학점에서 130학점으로 축소됨에 따라 작년에 시험을 봤으면 졸업학점까지 채울 수 있었을텐데, 한 학기 미뤄진 이번 1학기 때 졸업..
(인스타에 썼던 글인데 여기에도 올림) 연휴동안 봤던 것들. 오징어 게임 : 전부터 조금씩 보다가 연휴 첫날 마지막회를 보며 드디어 마무리를 지었다. 선혈이 낭자하고 잔인한 장면들이 많았지만 볼때마다 소재가 참 기발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어렸을 때 흔히 우리가 했던 게임들이 처절한 생존게임으로 재구성된다는 것은 충격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는데, 게임에서 ‘죽었다’는 표현은 그저 낙오 되었다는 의미로만 생각했던 것이 오징어 게임에서는 진짜로 죽고 죽이는 것으로 묘사되어 혀를 찔린 기분이었다. 왕좌의 게임 못지 않게 잔인하지만 한편으로는 짠했고 깐부 영감님이 골든 글로브에서 상을 받을만한 이유가 충분하게 소름돋는 연기를 보여줬다. 고요의 바다 : 넷플릭스에서 오징어 게임 다음으로 홍보를 열심히 했던 작품이어..
(인스타그램에 썼던 글인데 여기에도 올려본다) 드디어 기다리던 킹스맨 - 퍼스트 에이전트를 봤다. 전에 나온 킹스맨 1, 2편의 프리퀄로 킹스맨 탄생 서사를 1차 세계대전과 잘 조화시킨 느낌이다. 애초부터 이 영화는 프리퀄이어서 해리와 에그시의 이야기가 나올 틈이 없기 때문에 별개의 영화로 보는 것이 좋고(자꾸 해리와 에그시 느낌이 안나서 싫어요 한다면 좀 난감), 영화의 배경지식으로 1차 세계대전과 영화에 등장하는 그 시기의 인물들에 대해 조금 알고 가면 영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이 영화에서 옥스포드 공작으로 나오는 레이프 파인즈의 연기를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내가 팬심을 갖고 영화를 본 것도 있겠지만 이 배우가 새파랗게 젊은 시절 어벤저스라는 영화에서도 비밀요원으로 나와서 멋진 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