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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노란전차 2020. 7. 5. 21:00

고 장영희 교수의 영미시 책을 읽다 문득 고등학교 때 영어선생님이 생각났다.

서울대 출신의 똑똑한 이 선생님은 당시 가르치던 교과서의 저자인 장왕록 교수에게 집필상의 문법적 오류가 있다고 직접 연락을 드렸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을 보면 영원히 교사를 할 것 같은 분과 아닌 분들이 구분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영어선생님은 후자에 속했다. 그리고 우리 학교만 그런건지 모르겠으나 일부 서울대 사범대 출신 선생님들 중에 길게 교사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사교육계에서 한가닥 했거나 프랑스 유학을 떠난 분도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에 배우던 교과서의 저자가 장왕록 교수라는 것을 어렴풋이 기억하며 살다가 고 장영희 교수가 그분의 따님이었다는 것을 알고는 왠지 모르게 장영희 교수의 부친과 고등학교 때 영어선생님이 동시에 연상되기도 했다. 고 장영희 교수도 영문과 교수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정작 읽은 책들은 암투병 중에 썼던 희망이 가득했던 내용의 에세이들이었다.

이제 시간이 훌쩍 지나 생각지도 않게 영어영문학과에 적을 두고 고 장영희 교수의 영미시 책을 읽으며 이 시에서 각운이 있는지 도치는 있는지 보고 해석도 시도하며 나름 배운 것들을 복기하기도 한다.

책을 계속 읽다 갑자기 고등학교 때 똑똑했던 영어선생님이 떠올라 구글링을 했더니 역시나 유학을 다녀와서 모 대학의 영어교육과 교수가 되었다. 그분의 꿈이 유학을 가는 것이었는데 꿈을 이뤘다는 사실에 그냥 나도 모르게 환호성이 나왔다. 이분의 영어수업이 명수업은 아니었지만 꼼꼼하게 설명하는 방식을 참 좋아했고 열심히 한다고 칭찬 아닌 칭찬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아마 대학교에서도 예의 그 똑똑함을 잃지 않고 꼼꼼한 교수로 지내실 듯 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내가 영어영문과를 택한 것도 참 신기한 일이다. 이래서 사람 일은 모른다고 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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