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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여행하기

노란전차 2018. 7. 18. 22:51

이번 런던과 파리여행은 나홀로 여행이었다.

대부분의 여행을 같이 다녔던 동생은 결혼을 해서 제부가 새로운 여행지기가 되었고, 나는 여행을 하고자 하는 시기에 같이 갈 사람이 없었기에 혼자서 여행을 해보기로 했다.

혼자서 여행을 한 경험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KTX를 타고 당일치기로 부산여행을 하기도 했고, 3년 전에 싱가포르에 갔을 때 친구와 조율해서 몇 시간 동안 각자의 일정을 갖기도 했다. 혼자 전철을 타고 오차드 로드를 걷고 쇼핑도 하고 전시회를 갔던 경험은 언젠가 떠나게 될 나홀로 여행을 암시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항공권과 유로스타 티켓, 숙소를 차례로 예약하며 혼자 여행을 하는 것에 대한 설렘이라기 보다는 두려움이 앞선 것도 사실이다. 런던은 치안이 비교적 잘되어 있는데 반해 파리는 소매치기로 몸살을 앓는 곳이어서 더욱 그랬을 수도 있다. 그래서 혼자 여행을 한 경험이 많은 지인의 말을 많이 참고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큰 탈 없이 무사하게 여행을 잘 다녀왔다. 런던은 서울 특히 종로, 광화문을 다니듯이 어려움 없이 다녔고, 파리도 주요 관광지 곳곳에 있던 군인과 경찰 덕분인지 소매치기들도 덜 극성이었고(있던 당시 튈르리 정원과 오르세 미술관은 예외), 몽마르뜨르 언덕의 팔찌단도 피해서 잘 다녔다. 운도 따랐지만 우선 중요한건 혼자서 안전하게 다니는 것이므로 너무 늦은 시간에는 돌아다니지 않았다. 런던과 파리는 해가 굉장히 늦게 져서 야경 구경을 하려면 밤 10시는 넘어야 했다. 런던에서는 템즈강의 일몰을 본 것이 다였고, 파리에서는 바토무슈를 탔을 때와 에펠탑 구경, 그것도 화이트 에펠이 아니라 일몰 때 불이 켜지는 정도만 봤던 것이 전부였다. 그나마 사람이 많을 때 전철을 타고 들어와서 덜 무서웠다고나 할까.

혼자 여행을 한다고 했을 때 ‘용감하다’ 혹은 ‘멋지다’는 말을 주로 한다. 내가 그런 용기를 가졌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혼자 여행하는 것의 매력은 뭐든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고 싶으면 가고 쉬고 싶으면 쉬고 일정도 조율하지 않고 온전히 내 마음이 가는대로 할 수 있어 좋았다. 앞으로 하게 될 여행도 나홀로 여행이 될 공산이 크긴 한데, 그걸 애써 피할 생각은 없다. 둘 이상이 모여 가는 여행은 이야기도 하고 맛난 것도 나눠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 그것도 좋다. 하지만 혼자서 하는 여행은 나와 장소에만 집중할 수 있어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컸다.

유럽을 이렇게 혼자 다녔으니, 홍콩은 혼자 다녀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언제 가야 할지. 홍콩 불발이 벌써 세번째인지라...

(원래 여행기를 쓰려고 했는데 노트북 OS가 알아서 업데이트를 길게 하는 바람에 잡설이 길어졌음. 기억을 더듬어 여행기는 내일부터 써보는 걸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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