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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먹은 것들

노란전차 2020. 3. 20. 21:14

 

 

지난주에 동네 백화점에 갔는데 확진자 동선에 포함되어 긴급 폐점을 하고 방역을 한다는 말에 들어가자마자 황급히 나왔다.

그리고 일주일 가까이 집밖을 못 나가다 어제는 마스크를 사러, 오늘은 점심을 먹으러 바깥으로 나왔다.

집에 있으면서 혼자 이것저것 뚝딱거리며 만들어 먹기는 했지만 나도 남이 해주는 밥이 그리웠던지,

어제 동네 백화점에 들어왔다는 식당가가 올라온 블로그들을 열심히 검색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렇게 내 레이더망에 걸린 점심식사 후보는 간장새우덮밥이었으니...

간장새우는 제작년에 무창포에 짧은 가족여행을 갔을 때 먹어본 기억이 전부였지만

백화점 식당가의 여러 메뉴들을 보는 순간 이상하게 간장새우가 끌려서 여러 음식들을 제치고 선정했다.

간장새우는 너무 짜지 않고 고소하고 쫀득거렸으며, 밥양도 적지 않아서 생각보다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다.

한켠에 있던 마요네즈 소스에 간장새우도 찍어먹고, 밥도 조금 비벼먹고, 새싹채소에 찍어 먹으니 더욱 고소했다.

사람들과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창가를 피해서 조금은 덜 붐비는 쪽으로 자리를 잡고 음식이 나올 때까지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사실 사람이 많은 곳을 가는 것도 살짝 부담이 되긴 했는데, 날씨가 워낙 좋았고 그간 본의 아니게 자가격리를 했으니

내게 작은 보상이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한 외식이어서 먹으면서도 행복했고 속도 든든했고 작은 행복마저 느꼈다.

 

그리고 후식을 먹기로 했다.

후식으로 낙점된 것은 이 백화점에 들어온 유명한 도넛인데,

바로바로 만들어 판매하므로 떨어지면 새로 나올때까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식품관에 들어서자 마자 도넛을 파는 매장으로 향했는데 줄지어 있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줄에 합류해서 20분 넘게 기다린 끝에 맛난 라즈베리 도넛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도넛을 받아들고 백화점에서 집까지 걸어서 집 앞 상가에서 산 커피 한잔과 바람을 맞으며 먹으니 참 맛있었다.

언제쯤 코로나 바이러스가 잠잠해질지 걱정이 태산같지만 날씨 좋은 봄날을 누리려는 사람들로 공원이나 상가에는 제법 사람들이 있었다.

이 사람들이 모두 무사하길 바라고 이렇게라도 일상을 누리며 각자에게 위안이 되길 바랐다.

 

지나가기를 바라되 너무 방심하지 말고 조심하며 일상을 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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