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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2018 London & Paris

런던 여행 _ (11) 6월 27일 내셔널 갤러리

노란전차 2018. 11. 4. 00:29

해로즈 백화점 근처 나이트브리지 역에서 전철을 타고 내셔널 갤러리 방향으로 이동했다.

런던에 도착한 이래 트라팔가 광장 앞을 종종 지나다녔지만 내셔널 갤러리를 본격적으로 들어가보는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오후 늦게 도착을 해서 폐장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오래 있을 수도 없다.

그야말로 주어진 시간은 짧고 보고 싶은 것은 많은 안타까운 상황에 비장의 무기를 꺼내들었으니...


런던으로 오기 전에 여행준비를 하면서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미술관 별로 봐야 할 소장품들을 

전시실 위치까지 명시해서 목록으로 정리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연동해서 보면 그만이다.

코톨드 갤러리의 경우 규모가 크지 않아 전체 작품을 보는데 시간도 많이 소요되지 않아 크게 필요하지 않았고,

영국 박물관은 가이드 투어로 다녔기에 목록이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아 따로 만들지 않았다.

바로 전에 갔던 V&A는 목록을 만들지 못했던데다 전시실을 천천히 많이 둘러보다 

생각지도 않게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기에 이번에는 소장품 목록을 잘 써서 다녀보기로 했다. 

전시실 별로 들어가서 목록에 명시된 작품들을 감상하고 제목에 표시하고 사진도 찍어두기까지 했다.

적어도 내가 여기서 이걸 봤다는 기억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했는데 생각보다 유용했다.


정리했던 목록 속의 작품들 중 일부를 여기에 올려본다.



먼저 중세부터 초기 르네상스 시대 작품들을 모아놓은 세인즈버리 윙으로 이동...

정말로 보고 싶었던 작품들이 주로 여기에 밀집되어 있었다.




아버지가 출장길에 런던에 잠시 경유하며 사오셨던 책이 있는데,

런던 가이드북으로 얇지만 꼭 가야 할 곳들을 잘 추려낸 책으로 기억한다.

여기서 내셔널 갤러리 추천작으로 4개 작품이 나왔는데,

위에 보이는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예수 탄생(Nativity)'가 그중 하나였다.

어렸을 때 봤으니 화풍이니 시대니 알리는 없고 그저 신기한 느낌에 끌렸던 작품이다.

지금은 가톨릭에 적을 두고 있는 입장에서 이런 소재의 그림 하나하나가 달리 다가온다.




그리고 이것도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작품인 '그리스도의 세례(The Baptism of Christ)'이다.

이 작품은 웬디 베케트 수녀님이 쓴 '하루하루가 기도입니다'라는 책에서 본 기억이 나는데,

예수님의 세례받는 광경보다 왼쪽에서 경이롭게 지켜보는 천사들의 표정이 마음에 든다.

'아니 예수님이 정말로 세례를 받는다니 이게 실화냐'가 연상되었다면 좀 불경스러운건가...

바로 위에 있는 예수탄생에서도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며 류트를 연주하고 노래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더 좋았다.




파올로 우첼로의 '성 조지와 용(Saint George and the Dragon)'이다.

바로 전에 V&A에서 성 조지 관련 제단화를 감상했는데 여기서는 우첼로의 작품으로 보게 되었다.

작성한 내셔널 갤러리 소장품 목록에는 틴토레토의 작품으로 적혀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우첼로 작품을 봤다.

이에 못지 않게 우첼로의 작품 중 진짜 유명한 것은 따로 있다.




세인즈버리 윙에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암굴의 성모(The Virgin of the Rocks)'다.

소설 '다빈치 코드'에서 성배의 비밀을 밝히는데 단서가 되는 그림으로 나왔다.

십자가 모양의 긴 지팡이를 갖고 있는 아기는 세례자 요한이고, 손가락을 들어올리는 아기는 물론 아기 예수님이다.

암굴의 성모는 두 가지 버전으로 있는데, 이건 첫번째 작품이 완성된지 20년 후에 나온 작품이다.

첫번째 작품은 어디에 있는지 물어본다면 '루브르 박물관'에 있다.




나를 런던으로 이끌었던 것들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대번에 이 그림을 가리킬 것 같다.

얀 반 아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The Arnolfini Portrait)'도 전에 말한 런던 가이드북에 소개된 작품이었다.

유화인데도 세밀한 터치가 느껴졌던데다 왼쪽에 보이는 창가가 유난히 인상적였다.

그림을 보며 저 그림이 그려졌던 시대의 창가 풍경은 어땠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는데,

나중에 이 그림에 관한 수많은 상징성들을 보면서 진짜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진 것 같다.

이제 실제로 보고 나니 괜히 뿌듯하고 감격스럽기도 했다.




가로폭이 넓어서 정면으로 찍기가 어려웠던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와 마르스(Venus and Mars)"도 감상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서 보티첼리의 '봄'과 '비너스의 탄생'을 꼭 보고 싶어진다.

내셔널 갤러리에 소장된 보티첼리 작품 중에 예수 탄생을 소재로 한 것이 있다는데 지척에 있으면서도 못봤다.

시간은 없고 볼 것은 많았기에 지나쳤는지 소장품 목록에 없었지만 다른 책에 나와 있는데 그걸 몰랐다.




프랑스 화파의 작품인 '윌튼 딥티크(Wilton Diptych)'다.

딥티크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딥티크는 향수가 아니던가' 하며 갸웃거렸는데, 딥티크란 두 폭 화단에 그린 그림을 말하는 것이었다.

주로 성당 제단화를 병풍처럼 접을 수 있는 화폭에 그렸는데, 딥티크가 두폭화라면 트립티크는 세폭화가 된다.

향수 브랜드 딥티크는 여기서 이름을 따온 것 같다.

성모자를 향해 왼쪽에 무릎을 꿇은 어린 청년은 영국 왕 리처드 2세라고 한다.




미켈란젤로의 '세폴크로의 매장(The Entombment)'이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내려져 무덤에 매장되는 장면을 그린 작품인데,

내셔널 갤러리 관련 책을 찾아보니 미켈란젤로가 실제로 그린 작품이 맞는지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어쨌거나 V&A에서 다비드의 복제품을 보고 여기서는 실제 작품을 봤다.




라파엘로의 '율리우스 2세의 초상(Portrait of Pope of Julius II)'도 감상하고...

교황 율리우스 2세의 표정이 꽤나 사실적인데, 

미화하지 않은 그대로 연로하고 지친 듯한 표정을 고스란히 그렸다.

V&A에 이어 라파엘로의 작품을 연속 감상한 순간이었다.




티치아노의 작품 '바쿠스와 아리아드네(Bacchus and Ariadne)'도 런던 가이드북에 있던 작품 중 하나이다.

  파란 하늘의 색감이 정말 좋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다시 찾아보니 당시 비싼 청금석 물감을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아리아드네의 왕관은 바쿠스가 하늘로 던지면서 왕관자리가 되었다.

서양미술을 감상하는데 중요 배경지식은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성경인데 미술작품들을 보면서

그리스 로마 신화도 제대로 읽고 싶어졌고 성경도 공부해야겠다고 느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므로...




한스 홀바인의 '외국 대사들(Ambassadors)'도 물론 감상했다.

두 대사들의 옆에 놓여진 지구본이나 끊어진 류트, 악보 등에도 모두 숨겨진 의미가 있다고 하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타일 바닥에 비스듬히 있는 두개골 그림이 아닐까 싶다.

홀바인의 작품은 대사들 외에도 에라스무스를 그린 초상화도 같이 소장되어 있다.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가시관을 쓴 그리스도(Christ Mocked)'다.

당시 다른 화가들은 주로 고객의 의도에 맞는 그림을 그린 반면에 

보쉬는 재력이 있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그리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그렸다고 한다.

보쉬의 작품들은 적나라하고 기괴한데다 그 당시 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초현실적이기까지 하다.

가시관을 쓴 예수님 주위로 있는 사람들을 사악하게 묘사함으로서 예수님의 수난을 더욱 더 강조하는 것 같다.




제라르 다비드의 'The Virgin and Child with Saints and Donor' 해석하면 성인과 기증자(?)와 함께 있는 성모라고 하는게 맞을지...

그림에 대해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니고 그냥 보는 걸 좋아하는 정도인데 플랑드르 회화는 왠지 모르게 더 눈에 가고 끌린다.

작품 속에서 인물과 배경을 세밀하게 묘사한 것이 더욱 경건하면서도 신비스럽게 느껴져 그럴지도 모르겠다.




필립 드 상파뉴 '리슐리외의 삼면 초상화(Triple Portrait of Cardinal de Richelieu)'

리슐리외 하면 소설이나 영화 '삼총사'에서 매우 나쁜 인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유능한 추기경이자 재상이었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리슐리외의 성을 딴 것들이 많다. 

국립도서관도 리슐리외 관이 있고, 루브르 박물관도 리슐리외 관이 있고, 심지어 프랑스 전함 중에도 리슐리외의 성을 딴 것이 있다.

이 초상화 옆에는 같은 화가가 그린 전신 초상화도 전시되어 있는데, 노회한 관료의 위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비너스의 단장(The Toilet of Venus)'도 내셔널 갤러리에서 유명한 작품이다.

특히 유명한 이유라면 벨라스케스가 남긴 유일한 누드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벨라스케스 하면 '시녀들'이나 스페인 왕실의 초상화들이 생각나는데 누드화라니 의외였다.

그림의 모델이 된 여성은 벨라스케스의 연인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벨라스케스는 스페인 왕실의 궁정화가였다.

이를 여실히 드러내는 작품이 내셔널 갤러리에도 있는데, 'Philip IV of Spain in Brown and Silver'가 그것이다.

스페인은 합스부르크 왕가가 지배했는데 근친혼으로 인한 유전병들이 왕족들에게서 나타난다.

그중 하나가 주걱턱이었는데, 펠리페 4세도 예외는 아닌지라 초상화를 보면서 의상의 화려함보다 왕의 턱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프랑스 드라마 '베르사유'에서 루이 14세의 왕비인 마리 테레즈는 분위기 있는 미인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합스부르크 가문 특유의 주걱턱을 가졌다고 한다.




프란치스코 데 수르바란의 '성녀 마르게리타(Saint Margaret of Antioch)'이다.

수르바란은 마르게리타 외에도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 초상화도 그렸고, 이것도 내셔널 갤러리에 소장되어 있다.




어두운 배경에 밝은 정물들을 배치하여 더욱 돋보이는 효과가 느껴지는 

후안 데 수르바란의 'Still Life with Lemons in a Wicker Basket'이다.

작품 설명 위에 별도로 "New Acquisition"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는 것으로 보건대 새로 입수한 작품 같다.

성녀 마르게리타의 화가 프란치스코 데 수르바란과 성이 같기에 보니 후안은 프란치스코의 아들이었다.

부자의 작품을 한곳에서 본 셈이다.




카라바지오의 '엠마오의 저녁식사(The Supper at Emmaus)'다.

여기서 특이한 점을 찾는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수님의 모습과 다르게 수염을 기르지 않은 새파란 청년의 모습이다.

어두운 배경에 인물과 사물을 밝게 그림으로서 예수님이 엠마오에서 행한 기적을 더욱 강조하는 것 같았다.




이것도 카라바지오의 작품이다.

'도마뱀에 물린 소년(Boy Bitten by Lizard)'인데, 

포스팅을 하기 전에 알쓸신잡 피렌체 편에서 같은 화가가 그린 메두사가 잠깐 나왔다.

생각해보니 나도 약간 비슷한 작품을 본 것 같은데 하며 생각나서 올려본다.

그런데 지금 보니 전혀 비슷하지 않다. 목이 잘린 메두사보다 일개 도마뱀한테 물린 소년이 더 고통스러울까.

머리에 꽂힌 꽃을 보고 정말 소년이 맞나 잠깐 의심도 해봤다.

 



이제 18세기 작품들을 보러 갈 차례...




엘리자베스 루이즈 비제 르 브룅의 '밀짚모자를 쓴 자화상(Self Portrait in Straw Hat)'으로 18세기 미술 감상을 시작했다.

아버지도 화가였고, 엘리자베스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초상화를 그려 유명해진 화가라고 한다.

밀짚모자 하니 루벤스의 작품이 생각났는데 그건 못봐서 아쉽다.

못다 본 그림들이 아직 많기에 다시 런던을 방문하기로 마음을 먹어본다.




프랑수아-위베르 드루에의 '자수틀 앞에 앉아 있는 마담 드 퐁파두르(Madame de Popadour at her Tambour Frame)'다.

퐁파두르 부인은 루이 15세의 애첩이었지만 왕비 못지 않은 권세를 누렸다.

뛰어난 미모 뿐 아니라 뛰어난 지성과 예술적 감각으로 많은 예술가들을 지원하기도 했다.

퐁파두르 부인의 다른 초상화들을 보면 항상 책을 손에 놓지 않는 젊고 우아하기까지 한 모습이 많다.

이 작품은 퐁파두르 부인이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에 그린 작품이라고 한다.

그리고 퐁파두르 부인 하면 영드 '닥터 후'의 벽난로 뒤의 소녀였던가 그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윌리엄 터너의 '비, 증기, 속도(Rain, Steam, and Speed - The Great Western Railway)'다.

터너의 작품은 테이트 브리튼에 아예 별도의 컬렉션으로 대거 소장되어 있지만,

내셔널 갤러리에도 여러 점의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다.

비가 흘뿌려 습기를 머금은 날에 달려가는 기차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것도 윌리엄 터너의 작품이다.

영화 '007 스카이폴'을 본 사람들은 대번에 알아차릴 '전함 테메레르호(The Fighting Temeraire)'다.

Q와 007이 그림의 감상평을 서로 주고 받으며 접선을 했던 장면이 인상적였다.

Q 역을 오랫동안 맡았던 데스먼드 루엘린의 뒤를 이어 벤 위쇼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이 그림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속으로 '스카이폴!'을 외쳤던 기억이 난다.

전함 테메레르는 트라팔가 해전에서 활약한 배였다는데,  

증기선에 끌려 퇴역을 하는 오래된 배의 모습이 살짝 서글프게 다가오기도 했다.




토마스 게인즈버러의 '아침 산책(Mr and Mrs William Hallet(The Morning Walk))'이다.

게인즈버러는 주로 귀족의 초상화를 많이 그렸는데, 그림을 보며 짐작이 가겠지만 윌리엄 할렛 부부도 귀족이다.

둘의 결혼 초상화고, 부인의 왼쪽으로 보이는 하늘이 아침 느낌을 그대로 전하는 것 같다.




카라바지오가 주로 쓰던 어두운 풍경에 인물을 강조함으로서 극적 효과를 나타낸 작품이 또 있다.

조지프 라이트의 '진공 펌프 실험(An Experiment on a Bird in the Air Pump)'인데,

산업혁명 시기 과학자들이 여기저기 다니며 과학실험을 했던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어두운 배경이 사람들의 표정을 참 적나라하게 강조하는 것 같고,

무서워 고개를 돌려 눈을 가린 어린 아이의 모습이 가장 눈에 들어온다.

이것도 007 스카이폴에 살짝 나오는 작품으로, 

정식으로 소개된 것은 아니고 벤 위쇼와 다니엘 크레이그가 대화하는 장면으로

 카메라가 미술관 전시실을 살짝 스치듯이 지나갈 때 나온다. 




이것도 토마스 게인즈버러의 작품이다.

작품 속의 '앤드류스 부부(Mr and Mrs Andrews)'도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아 게인즈버러에게 결혼 초상화를 의뢰한 것이라고 한다.

윌리엄 할렛 부부의 초상화에서는 아침 햇살을 살짝 그려 배경보다 인물에 할애했다고 하면,

앤드류스 부부는 배경이 되는 영지를 살짝 더 강조한 작품같다. 

그리고 앤드류스 부인은 만투아 드레스 차림을 하고 있는데, 

V&A에서 본 의상을 그림에서 보니 배운 것을 복습하는 기분이었다.


내셔널 갤러리에 게인즈버러의 작품들이 여러 점 소장되어 있지만, 

자화상과 부인의 초상화는 코톨드 갤러리에 소장되어 있다.


2018/08/08 - [travel/2018 London & Paris] - 런던 여행 _ (3) 6월 23일 코톨드 갤러리, 위그모어 홀 (부제 : 시차적응이 뭐길래)


혹시 지금 런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코톨드 갤러리는 공사 중이어서 갈 수 없다.

대신 내셔널 갤러리에서 코톨드 갤러리의 소장품들을 특별전 형식으로 전시하고 있으니 참고해도 될 것 같다.




이제 18세기 작품들을 거쳐 19세기 작품들을 감상할 차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극장에서(At the Theatre(Le Premere Sortie))'로 시작해본다.

첫 외출이라는 또 다른 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작품은 말 그대로 소녀의 첫 외출을 그린 작품이다.

오페라 하우스의 박스석에 앉아서 공연을 관람하는 소녀의 모습을 그린 것인데,

저 관람석이 왠지 익숙한 것 같아 다시 생각해 보니 파리에서 오페라 가르니에를 갔을 때 봤던 것 같다.




소장품 목록에 있지는 않았지만 눈덮인 풍경이 인상적였던 

Norbert Goeneutte의 'The Boulevard de Clichy under Snow'다.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그림인데 아마도 카미유 피사로의 작품과 헷갈렸던 것 같다.

이 작품은 내셔널 갤러리가 테이트 브리튼에서 임대받아 전시하고 있다.

이제 겨울이 오면 작품처럼 저렇게 눈이 내려 쌓이겠지.

어렸을 때는 마냥 좋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출퇴근 걱정을 하는 현실이 되지만...




에두아르 마네의 '막시밀리안의 처형(The Execution of Maximilian)'이다.

오스트리아 대공 막시밀리안은 나폴레옹 3세의 제안(이라 쓰고 꼬드김이라고 읽어야 한다)으로 멕시코 황제가 되었다.

그러나 멕시코 내란으로 공화정이 득세하면서 막시밀리안 황제는 처형을 당하는데, 바로 그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막시밀리안 황제에 관한 이야기는 선을 넘는 녀석에서 트리에스테의 미라마레 성 편에도 나온다.

그림 왼쪽의 막시밀리안이 있는 부분은 마네가 잘라냈고 사후에는 조각조각이 팔려 나갔다고 한다.

후에 드가가 조각을 구입하여 복원한 것이다.




이것도 르누아르의 작품이다. 

'작은 배(The Skiff(La Yole))'라고 시원한 여름 풍경이 느껴진다.

내셔널 갤러리에 르누아르의 작품들이 여러 점 소장되어 있는데, 

그중에서 '우산'이 보고 싶었지만 당시에 전시되어 있지 않았다.

다음에 다시 가게 되면 볼 수 있을까?




막시밀리안의 처형이 비극적인 사건을 그렸다면 '튈르리 정원의 음악(Music in the Tuileries Gardens)'은 

세련된 도시생활을 그린 것 같다. 작품 속에 그려진 인물들은 마네와 주변 인물들이라고 한다.




드디어 반 고흐의 작품을 실제로 보는 순간이었다.

책으로만 봤던 '해바라기(Sunflowers)'를 직접 보다니 이게 실화냐 속으로 되뇌였다.

영드 닥터 후에서 파리 오르세 미술관을 배경으로 한 반 고흐 편을 봤는데,

자신의 작품이 널리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관하는 고흐를

닥터가 위로하며 힘을 주지만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는 내용이었던가.

보면서 가슴 한켠이 짠했다.




이것도 유명한 작품인 '반 고흐의 의자(Van Gogh's Chair)'이다.

고흐가 고갱과 같이 있을 때 반 고흐의 의자와 고갱의 의자도 그렸다고 한다.

고갱의 의자는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조르주 쇠라의 '아스니에르에서의 물놀이(Bathers at Asnieres)'다.

코톨드 갤러리에서 본 쇠라의 작품 중에 '화장하는 여인'이 있다.

작품 속에서의 여인은 풍만하고 왠지 모르게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데 반해,

이 작품은 여름 강가의 느낌을 참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코톨드 갤러리에서 봤던 앙리 루소의 작품을 내셔널 갤러리에서도 본다.

'열대 우림 속의 호랑이(Surprised!)'인데 호랑이가 용맹스럽다기 보다 겁쟁이 같다.

호랑이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신선한 충격이었지만 우리나라 민화 속 호랑이는 저게 고양이냐 싶을 때도 있으니 그러려니 한다.




폴 세잔의 '목욕하는 사람들(Bathers)'이다.

세잔은 고향인 엑상 프로방스에 있는 생 빅투아르 산을 많이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에 못지 않게 목욕하는 사람들의 그림도 많이 그렸다고 한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헤르미네 갈리아의 초상화(Portrait of Hermine Gallia)'다.

클림트 하면 몽환적인 여성의 표정과 황금빛 배경이 떠오르지만 여기서는 하얀 옷을 입은 여인이 등장한다.

내셔널 갤러리에 소장된 유일한 클림트의 작품이다.




또 반 고흐의 작품을 봤다. 

'사이프러스 나무가 보이는 밀밭(A Wheatfield, with Cypresses)'은 바람이 부는 밀밭을 고흐답게 그려낸 작품 같다.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무아테시에 부인의 초상화(Madame Moitessier)'다.

그림의 모델은 유명 은행가의 부인으로, 우아한 외모도 그러려니와 드레스를 참 정교하게 그려서 인상깊었다.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의 '보라, 주의 종이여!(Ecce Ancilla Domini!(The Annunciation))'를 보고

'아니 이게 왜 여기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졌다.

그도 그럴 것이 로세티의 작품은 주로 테이트 브리튼에 소장되어 있는데 어떻게 여기에 있을까 그런 생각 말이다.

테이트 홈페이지에서 조회해보니 당시 내셔널 갤러리에 임대한 작품이라고 나온다.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성령으로 잉태했음을 알려주는 장면은 종교미술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로세티의 작품에서는 다른 화가들의 수태고지에서 느껴지는 성스러움보다는 

침실에서 자다 느닷없이 임신 사실을 알고 당황하는 듯한 모습이 연상되었다.




프란시스코 고야의 '도나 이사벨 데 포르첼(Dona Isabel de Porcel)'이다.

그림 속의 여인이 걸친 검정 베일 같은 것은 마자로라고 당시 유행하던 의상이라고 한다.

당당함과 우아함이 넘치는 이 여인은 고야의 절친한 친구 부인이었다.

고야의 작품 중에 워털루 전쟁을 승리로 이끈 아더 웰즐리, 흔히 말하는 웰링턴 공작의 초상화도 있다.




이제 미술관의 폐장시간이 서서히 다가오는 것 같다.

프란체스코 과르디의 'Venice : The Doge's Palace and Molo'를 보며 언젠가 베네치아를 가볼 날이 있을까 생각했다.

그림 속의 풍경은 베네치아 통령의 궁 주변이라고 한다.

그리고 과르디는 베네치아 풍경화의 대가인 카날레토의 제자였다.




이날 내셔널 갤러리에서 본 마지막 작품은 지오반니 안토니오 카날, 카날레토로 알려진 화가의

'Venice : The Basin of San Marco in Ascestion Day'다.

먼저 본 과르디의 작품과 배경이 거의 비슷해서 같은 배경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과르디의 작품이 붓의 터치가 많이 느껴진다면 카날레토의 작품은 마치 사진처럼 정교하다.

마치 우리가 여행지에서 기념품을 구매하듯이 당시 영국인들이 베네치아 여행을 하면 기념품으로 카날레토의 그림을 구매했다고 한다.

 같은 배경 다른 느낌이지만 나는 카날레토의 작품이 더 끌린다. 

원래 섬세한 표현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봤을때 탁 트이고 시원시원한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일지도 모르겠다.



내셔널 갤러리 포스팅 글을 쓰며 많은 고민을 했다.

미술을 잘 알지도 못하는데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아도 되는 걸까, 짧은 시간에 속성으로 작품을 봤다는데만 의의를 둔것이 아닐까. 등등.

그래도 책이나 영화에서나 봤던 작품들을 실제로 봤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았고, 마치 미술의 바다에 풍덩 빠져서 신나게 헤엄을 치다 온 기분이었다.

그때의 그 느낌을 기억하고 싶기도 했지만 미술작품을 보며 복습을 해보자는 의미도 컸다.

모르는 것은 많고 배울 것은 많다는 것을 또 새삼스레 느끼는 시간이었다.




* 내셔널 갤러리 웹사이트


https://www.nationalgallery.org.uk/



* 참고도서


런던 미술관 산책, 전원경 지음, 시공사

세계 미술관 기행 내셔널 갤러리, 다니엘라 타라브라 지음, 박나래 옮김, 마로니에북스

인조이 런던, 김지선, 문은정 지음, 넥서스Books



* The National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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