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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endipity
런던 여행 _ (5) 6월 25일 국립 초상화 미술관, 소호, 피카딜리 서커스 본문
벌써 런던에 온지 5일이 되었다.
여기에 있을 날이 그만큼 짧아졌다는 생각과, 아직도 남아있는 날들이 많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시차적응도 완전히 됐으므로 지난 주보다는 조금 더 돌아다녀도 될 것 같다.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 않고 쉬엄쉬엄 다닐 예정...
여기에 10박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생각보다 실했던 조식이었다.
'누구네 농장에서 재배한 친환경 농산물' 과 같은 문구로
식재료의 출처를 한곳에 적어놔서 신뢰도도 높이고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을 강조했다.
특히 팬케익과 스크램블 에그가 맛있어서 지금도 기억난다.
크로와상이나 뺑 오 쇼콜라도 프렌차이즈 빵집 맛이 아니어서 더욱 좋았다.
필터 커피도 생각보다 맛이 있어서 종종 마셨다. 이래서 일일 일 몬머스 커피 계획이 실패한건가...
이번에 여행을 하면서 음악회만 확정된 일정이었고, 나머지는 그때 그때 알아서 행선지를 정하는 식으로 다녔다.
이제 미술관을 본격적으로 다녀야 하는데 어디로 갈 것인가 잠시 고민하다 일단 트라팔가 광장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여행 내내 세인트 폴 대성당을 자주 보고 지나다녔다.
런던의 건축물들은 진중하면서도 위엄있지만, 특히 세인트 폴 대성당이 눈에 들어왔다.
2차대전 당시 런던 대공습 때 포탄이 돔을 관통했지만 중앙 제단을 빼고는 큰 피해가 없어 기적으로 불리웠다.
당시 사진을 보니 포화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성당 돔의 모습이 참 인상적였다.
굴하지 않는 영국의 기개가 느껴졌고 거의 매일 성당을 보며 내게도 그런 기운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았다.
여기서 예배도 드렸으니 더욱 더 감개무량했다.
여기서 찰스와 다이아나가 결혼했고, 처칠과 대처 전 총리의 장례식을 치루기도 했다.
트라팔가 광장에서 내려 내셔널 갤러리 옆에 있는 국립 초상화 미술관에 도착...
대부분 런던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특별전을 제외하고는 상시 전시품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대신 일정액의 기부를 권장하고 층별 안내도를 유료로 판매한다.
옆에 있는 내셔널 갤러리는 엄청나게 관객이 몰려드는데 반해 여기는 상대적으로 덜 몰려서 천천히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아무래도 영국 역사상의 인물들이 주로 있는 곳이다 보니 그냥 보면 초상화만 잔뜩 구경하게 되서 지루할 수도 있다.
안내도에서 사진촬영금지로 잘못 봤는데, 일부 작품을 제외하고는 플래시 사용 금지였다.
그렇다 보니 여기서는 사진촬영 없이 눈으로만 작품을 감상했다.
튜더시대부터 현대까지 영국의 인물화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라면 또 매력이다.
여기는 영국 역사를 알면 훨씬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튜더 시대는 헨리 8세에서 엘리자베스 1세까지는 대충 알아서 주변 인물까지 재미있게 감상했고,
스튜어트 시대는 잘 몰라서 슬슬 보며 지나갔고, 마침내 하노버 왕가에 들어서니 빅토리아 여왕이 나와서
나도 모르게 영드 빅토리아 주제곡 '글로리아나 알렐루야'를 흥얼거렸다.
너무 드라마를 열심히 봐서 주변 인물들 초상화를 보고도 대충 알아볼 정도...
웬만한 영국 위인들은 총출동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내가 아는 인물들이 얼마나 있을까 싶어 볼때마다 수첩에 하나하나 적어봤는데, 나중에 세어보니 50여명 정도 되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나 다이아나 비 초상화는 현대인물들로 분류되어 전시되어 있다.
가장 최근의 인물로 케이트 블란쳇, 에드 시런, 엘튼 존, 안나 윈투어도 있다.
미술관 SNS에서 랄프 파인즈 사진도 소개해서 혹시 볼 수 있을까 했는데, 보지는 못했다.
나중에 다시 가면 볼 수 있을까.
미술관 맞은편에 있는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 교회.
여러 종이 화음을 내며 울려 더욱 기억이 나는 곳이다.
런던의 흔한 도로 표지판.
트라팔가 광장으로 다시 돌아와서 이번에 어디로 갈까 잠시 궁리했다.
언제 가야 하나 고민만 잔뜩 하는 내셔널 갤러리와 넬슨 제독 동상을 호위하는 사자상이 보인다.
트라팔가 광장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소호가 나온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뭔가를 먹으려면 근처 차이나타운으로 가는 것이 좋지 싶어 일단 그쪽 방향으로 걸었다.
걷다 보니 뮤지컬이나 연극 공연 티켓을 파는 TKTS 부스가 보인다.
뮤지컬 예매를 하려면 나중에 갈 일이 있을 것이므로 일단 잘 봐두기.
차이나타운 근처에 들어서니 음식점들이 즐비했다.
우리나라 음식점도 있어서 보니, 떡볶이가 우리나라 돈으로 만원이 좀 안되고 김치볶음밥은 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영국의 물가에 비싸지는 외국음식 가격과 맞물려 그야말로 창렬한 가격이 눈에 보이니 다른 음식이 끌렸다.
그래서 구글맵의 도움으로 그럭저럭 괜찮은 리뷰가 있는 중국음식점에 들어갔다.
여기서 새우가 들어간 볶음국수와 딤섬을 주문했다.
짭조름한 국수 맛을 숙주나물이 많이 잡아줬다. 나중에는 숙주나물만 열심히 골라 먹었다...
그리고 같이 주문한 딤섬.
볶음국수에도 새우가 잔뜩 들어갔는데 딤섬까지 통통한 새우가 들어있어 완전히 새우로 포식했다.
점심을 먹은 식당은 여기다. 구글맵으로 상호를 검색하면 위치와 리뷰가 나오는데, 리뷰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
여행을 다니면서 맛집이라고 알려진 곳보다는 길을 가다 상황에 맞게 음식점을 찾아다녔다.
맛집이라고 알려졌어도 입맛이 워낙 상대적인데다 너무 유명한 곳은 대기도 해야하는 단점이 있다.
길 양 옆으로 대부분 중국음식점과 재료상들이 있다.
근방에 우리나라 식자재를 파는 수퍼도 있다는데 보지는 못했다.
영드 셜록에서 본 것 같은 풍경.
시즌 2의 2회에서 차이나타운이 비중있게 나와서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어디엔가 셜록과 존이 사건을 놓고 치열하게 이야기하며 걷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차이나타운을 지나 걷다 보니 아니 이것은 레고 스토어가 아닌가!
레고 스토어를 보며 문득 든 생각, 가족여행으로 런던에 온 부모들은 아이들의 아우성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어른들도 못 이기는 지름신의 소굴인 레고 스토어이거늘...
여기까지 왔는데 구경은 해야지 싶어 일단 들어왔다.
보기만 해도 유쾌한 매장 직원이 입구에 들어서면 아이스크림 같은걸 쑥 내미는데 그게 레고로 만든 아이스크림이었다.
레고로 만든 런던 지하철 노선도는 수시로 장소를 번갈아가며 깜박거렸다.
영국 신사 옷을 입은 레고 피규어.
런던의 주요 상징들. 타워 브릿지는 다리도 들어올릴 수 있다.
1층에 있던 영국 경찰관과 뒤에 있는 말총가발을 쓴 영국 법조인. 모두 레고로 만들었다.
레고로 못 만드는게 뭘까. 세상에나 영국 신사 용도 있다.
레고로 만든 빅벤의 섬세함에 한번 더 놀란다.
실제로 빅벤은 2020년까지 보수공사 중이므로, 가림막에 가려진 실물 대신 여기서 감상해도 될 것 같다.
2층으로 올라가는 벽면에 있던 그림. 이것도 레고로 만들었던가 기억은 나지 않는다.
매장 쇼윈도 쪽에 있는 전철을 탄 여왕님.
레고로 만들었지만 영국 여왕님을 여기서 알현하게 될 줄이야...
어렸을 적에 사촌오빠들이 레고를 갖고 놀던 것이 참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어렸을 때 비싸서 구경만 하다 나이가 들고 경제력이 생기면서 레고가 키덜트 장난감으로 등극한다.
들어간 김에 작은 것이라도 살까 하다 수하물 무게를 생각하며 저걸 어떻게 들고 우리나라에 올까 싶어 그냥 구경만 했다.
작은 열쇠고리나 레고 피규어라도 살까 했는데 요즘 열쇠보다 번호키에 익숙해져서 열쇠고리도 실용성이 떨어질 것 같아 역시 구경만 했다.
레고 매장 바로 옆에는 TWG가 있다.
TWG는 싱가포르에서, 특히 창이공항 면세점에서 사야 가격이 제일 괜찮으므로 여기는 그냥 슬쩍 스쳐간다.
전에 샀던 차도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2배 넘게 가격이 책정되었는데 영국인들 오죽할까 싶어 과감히 패스.
그리고 영국은 홍차의 나라이기에 꼭 들러야 할 매장이 있다. 바로 포트넘 앤 메이슨...
레고 스토어를 지나 그냥 걸었을 뿐인데 피카딜리 서커스가 보인다.
두개 건물을 기준으로 첫번째 건물 왼쪽은 피카딜리, 첫번째 건물과 두번째 건물 사이는 리젠트 스트리트다.
이때만 해도 몰랐다. 여기가 엄청난 개미지옥이라는 사실을...
피카딜리 서커스의 상징이자 만남의 장소인 에로스 동상.
오른쪽에는 유명한 전광판이 있다. 셜록 오프닝에도 나오고 LG나 삼성 같은 우리나라 기업들도 여기다 광고를 내보낸다.
리젠트 스트리트에 들어섰다. 휘어진 도로를 따라 그대로 건물을 지었다.
여기서부터 진짜 쇼핑거리다. 초입에 바버를 시작으로 온갖 명품과 SPA를 망라한 브랜드들이 밀집해 있었다.
휘어진 길 끝자락 쪽을 지나다 건물 사이로 걸려진 깃발이 멋져서 찍었다.
여행 가이드북에서는 유니언 잭이 걸려있는 사진을 봤는데 여기서는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길을 걷다 커피 한잔 생각이 나서 주변 카페를 찾아봤다.
버버리 매장 근처에 스타벅스가 보여서 콜드 브루 한잔을 주문해서 자리를 잡고 잠시 멍때리며 앉아 있었다.
현지에서 돈을 쓰다 보면 동전이 많이 생긴다. 며칠전만 해도 동전이 생기면 £5 단위로 오이스터 카드 충전을 했지만
이제는 7일 트래블카드 정기권으로 충전을 해서 수시로 충전을 하지 않아도 된다. 고로 동전이 더 많이 남는다.
잔돈 처리도 할 겸 주문 전에 페니 단위까지 탈탈 털어 액수에 맞춰 준비하고는 주문하면서 지출했다.
직원에게 맞는지 확인하시라고 했더니 원더풀이라고 했던가... 잘 맞았겠지.
이제 커피 한잔을 하며 어디로 갈지 잠시 고민해보기로 했다. 어차피 이 동네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다음 편에서 계속)
* 국립 초상화 미술관 홈페이지 https://www.npg.org.uk/
* 국립 초상화 미술관
* 레고 스토어
'travel > 2018 London & Paris'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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