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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여행 _ (2) 6월 22일 서더크 주변, 세인트 폴에서 트라팔가 광장까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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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여행 _ (2) 6월 22일 서더크 주변, 세인트 폴에서 트라팔가 광장까지

노란전차 2018. 7. 21. 11:21

요즘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영국산책'을 다시 읽고 있다.

런던 부분을 읽을때 알드리치, 플리트 스트리트 등 내가 지나쳤던 길들이 나와서 웬지 모르게 반가웠다.

그리고 건물 1층마다 부츠(Boots)가 있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여행자인 내 입장에서는 부츠가 곳곳에 많아 불편함이 없었기에...

물도 사먹고 샌드위치도 사먹고, 정작 드럭스토어인데 No.7이나 솝 앤 글로리 같은 화장품은 구경만 하고 말았다.


어쨌든, 하루하루가 푹푹 찌는 우리나라 날씨에 비하면 런던의 날씨는 정말로 감사했다.

도착해서 떠나는 날까지 비가 한방울도 내리지 않았고, 구름이 꼈다가도 이내 파란 하늘이 보였다.

살면서 그렇게 멋진 하늘은 처음 본 것 같았다.


****


이제 둘째 날이 되었다. 실질적인 첫날 일정이 되겠지만.




카메라 설정에서 지역과 시간을 바꿔놓지 않아 우리나라 시간으로 Exif 정보가 표시된다.

이럴때는 우리나라와 영국의 시차가 9시간이므로 촬영시간에서 9를 빼면 영국 촬영시간이 나온다.

6월의 영국은 해가 굉장히 일찍 떴고, 해 뜨는 시간은 새벽 5시가 좀 못되는 시간이었다.

아마도 그때 찍은 사진인 것 같은데, 있는 동안 테이트 모던의 굴뚝을 보며 하루를 시작했다.




1층 레스토랑에서 먹은 영국에서 먹은 첫 아침식사다.

영국식 아침식사를 기본으로 크로와상, 뺑 오 쇼콜라와 같은 빵류, 식빵류, 요거트, 과일, 쥬스 등을 뷔페식으로 먹을 수 있었다.

영국에 왔으니 영국식 아침식사를 먹어보겠다며 담아온 것들. 팬케이크와 에그 스크램블이 생각보다 맛있었다.

콩 통조림도 생각보다 맛이 괜찮아서 내내 잘 먹었던 기억이 난다.




홍차의 나라에 왔으니 마셔야 하지 않을까 싶어 홍차 한잔을 마셨다.

홍차는 Tetley 제품이었는데, 2016년에 프로젝트를 할 때 영국여행을 다녀온 컨소시엄사 직원이 갖다 놓아서 먹어봤던 그 차다.

그때는 영국을 다녀왔던 그 직원을 부러워했는데, 지금은 내가 영국에 있다.

맛난 홍차를 줘서 고맙다고 나도 갖고 있던 티백 몇개를 줬던 기억이 난다.

홍차와 함께 아침마다 먹던 사과도 후식으로 먹었다.




식사를 하고 잠깐 방에 들러 정리를 하고, 숙소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버로우 마켓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아주 높은 건물이 우뚝 서있다.

서유럽을 통틀어 가장 높다는 '더 샤드(The Shard)'였다. 

서더크에 있는 동안 거의 매일 봤던 아주 정겨운(?) 건물이기도 하다. 

여기에 있는 샹그릴라 호텔은 모 아이돌 스타 커플 덕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아주 유명해졌다.

내 눈에는 비슷하게 생긴 우리나라의 롯데월드 타워보다 더 샤드가 세련되고 멋있었다.

롯데월드 타워는 홍콩의 2 ifc와 비슷한 것도 같은데 윗부분을 붓처럼 모아놔서 웬지 생뚱맞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은 그렇다.




숙소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버로우 마켓(Borough Market)이 있다. 그리고 유명한 몬머스 커피(Monmouth Coffee Company)가 있다.

몬머스 커피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아는 바, 여기까지 왔는데 안 먹어볼 수 없어 필터 커피 한잔을 주문해 마셨다.

깔끔했고 적당한 산미가 느껴져 상큼했다. 스페셜티 커피는 산미를 강조하는 것이 요즘 추세인지라 어디를 가나 산미가 있는 커피들을 마시게 된다.

처음에는 익숙치 않았는데 자꾸 마시면서 적당한 산미가 주는 상큼함에 살살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일일 일몬머스 커피를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았다. 아마도 내가 게을러서였을까.




몬머스 커피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내부 자리도 넓지 않은데다 밀려드는 사람들이 많아 바깥에서 자리를 잡고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바깥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마시며 잠깐의 여유를 누렸다. 바로 맞은편에 있는 버로우 마켓도 잠깐 가봤지만 사진은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

런던의 오래된 재래시장이라는데 생동감이 넘쳤고 진열된 물건들도 모두 먹음직스럽고 구매욕을 자극하는 것들이었다.

아마 서더크에서 조식 불포함 숙소에 있었다면 먹을 것을 사다놓고 숙소에서 해결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버로우 마켓을 지나 런던 브리지 쪽, 엄밀히 말하면 더 샤드를 가까이 보려고 근처로 가던 도중에 발견한 명판.

시인 존 키츠가 살던 집이라는 명판이었다. 런던 곳곳을 지나다 보면 이런 명판을 적잖이 볼 수 있다.

음악가 하이든, 시인 하이네 등등 여러 위인들의 명판을 보며 내가 무심코 지난 곳을 

수백년전 사람들도 지났겠구나 생각해보니 웬지 기분이 묘했다.




가장 가까이서 본 더 샤드의 모습.

반지의 제왕에 나온 사우론의 탑 같다고 하는데 읽어보지 않아 잘 모르겠고, 

아무리 봐도 롯데월드 타워보다 더 멋지다는 것은 알겠다.

더 샤드 옆에 보이는 건물은 가이즈 병원이라는 국립병원이다. 

서울에 있는 메이저급 병원보다는 좀 작았지만 주변에는 대학 캠퍼스도 있었다.

아마도 의대 캠퍼스겠지만...




런던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공유자전거. 서울의 따릉이와 고양의 피프틴, 대전의 타슈가 생각났다.

자전거로 런던을 누벼보고 싶었지만 만의 하나 남의 나라에서 사고가 나면 그것도 골치 아플 것 같아 그냥 참았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는 것이 아니고 차도와 같이 쓰기 때문에 솔직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런던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아주 잘 이용하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싼 브롬튼 자전거도 여러대가 다녔다. 아무래도 생산국이다 보니 가격은 좀 더 저렴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더 샤드를 지나 다시 템즈강 쪽으로 왔다. 런던 브리지 옆으로 열심히 공사중인 고층건물들이 보인다.

저런 초현대식 건물들과 고풍스런 건물들이 이질감나지 않게 조화를 이룬다는 것도 참 신기하다.

도시의 매력은 과거와 현재가 나란히 공존한다는 데 있다. 

빽빽한 고층건물과 옛날 건물이 때로는 생뚱맞게 때로는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보며 도시여행을 좋아하게 되었다.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이다. 생존 당시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많이 공연했다는 곳이다.

셰익스피어가 살아있을 당시 건물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은 아니고, 언젠가 화재로 소실된 것을 재건했다고 한다.

극장 이름과 걸맞게 셰익스피어의 연극들이 공연중이었다. 당시 공연이 '겨울이야기' 였던가 그랬다.

해리 포터의 볼드모트로 엄청나게 유명한 랄프 파인즈도 셰익스피어 극 쪽으로 정통하다고 들었다.

실제 이분이 나오는 연극을 보면 좋겠다 했는데, 내가 못 찾은 건지 일정이 없었던 건지 보지는 못했다.




그리고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나오는 테이트 모던.

숙소 창밖에서 보이는 테이트 모던의 굴뚝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했다.




테이트 모던 앞에 있는 밀레니엄 브리지를 건너 템즈강 도강 시도 중...

걸어서 템즈강을 건넌다니 이 또한 설레는 일 아닌가...

건너면서 늘 느낀 건데 한강은 강폭이 어마어마하게 넓은 것이었다.

누군가가 한강은 템즈강과 세느강에 비하면 바다에 가깝다고 했는데 그게 맞았다.

밀레니엄 다리 왼쪽으로 블랙 프레이어스 브리지가 보인다.




밀레니엄 브리지의 흔한 풍경. 세인트 폴 대성당이 보인다.




밀레니엄 브리지를 건너 템즈강 북쪽에 들어섰다.

세인트 폴 대성당이 '어서와 세인트 폴 대성당은 처음이지?'하며 반갑게 맞아준다.

앞으로 이곳은 서더크에 있는 동안 거의 매일 거쳐가는 곳이 된다.




영국의 상징 빨간 공중전화박스.

닥터 후에 나오는 파란 전화박스는 경찰용 전화박스여서 많이 안 보였던 걸까.




세인트 폴 대성당의 정면 모습.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큰 길을 따라 잠깐 걸어보기로 했다. 

거리 곳곳에 고풍스런 건물들이 줄지어 있어 눈이 행복했다. 

펍인지 음식점인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간판이 참 예뻐서 찍어봤다.




건물과 건물 사이로 보이던 교회 첨탑. St. Brides Church라는 성공회 성당이었다.




슬슬 걷다 보니 왕립 재판소(The Royal Courts of Justice)가 나온다.

외주사업 때문에 대법원에 있는 전 직장 선배에게 이 사진을 보여줬더니 '영국 대법원은 저렇게 멋지니' 하며 감탄했다.

가이드북에서 봤던 건물들을 실제로 보며 느꼈던 감정은 뭐라고 말을 못하겠다.

굳이 찾아보자면 이 말이 잘 어울릴 듯 한데, '이게 실화냐!'




서더크에서 템즈강을 걸어서 건너 슬슬 걸었는데 꽤 긴 거리를 걸었던 것 같다.

다시 구글지도로 경로를 찾아보니 세인트 폴 대성당이 있는 루드게이트 힐(Rudgate Hill), 

플리트 스트리트(Fleet Street)를 지나 스트랜드(Strand)까지 온 셈이다.

슬슬 다리가 아파왔고, 유명한 2층버스를 타보자는 생각에 

왕립재판소 정거장에서 트라팔가 광장 방향으로 가는 11번 버스(아마도 맞을듯)을 탔다.

런던 버스는 노선도가 잘 표시되어 있어 버스를 타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물론 구글지도로 찾아보기도 했지만...



드디어 트라팔가 광장에 도착했다. 런던에 있으면서 광화문을 드나들듯 자주 지났던 곳이다.

높은 기둥 위에 우뚝 서 있는 넬슨 제독의 동상의 시선은 대승을 거두고 생을 마감한 트라팔가를 향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동상 주위에 있는 사자상들은 트라팔가 해전에서 대패한 프랑스군의 대포를 녹여 만든 것이라고 들었다.




그리고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 성당(St. Martin in the Fields)이 보인다.

오후 일찍 무료 음악회를 해서 유명하기도 하고,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 오케스트라도 여기서 시작했다고 한다.

오후 음악회를 감상하지는 못했지만, 지나가며 들었던 종소리가 참 좋아서 기억에 남는 곳이기도 하다.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 성당 길 맞은 편에는 내셔널 갤러리와 내셔널 포트레이트 갤러리가 있다.

여기까지 왔는데 £50를 깨야겠다는 생각에 내셔널 갤러리 샵으로 들어가서 에코백을 샀다.

우리나라에 있을 때 지나가다 누군가가 들고 다니는 것을 보고는 예뻐서 홈페이지로 미리 봐뒀던 기억이 난다.

여러가지 색이 있는데 내놓고 팔던 백은 가장 예쁘다고 생각했던 파란색으로 프린트된 것이었다.

망설일 필요도 없이 얼른 구매했다. 미술관으로 갈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 슬슬 피로감이 몰려오기도 했고,

가장 보고 싶었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을 보려면 맑은 정신이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어 다음을 기약했다. 




차링크로스 역에서 오이스터 카드를 충전하고 근처 부츠 매장에서 필요한 것들을 샀다.

내가 발견하지 못한 건지 비누는 못 샀고, 작은 곽티슈와 간단한 요깃거리를 샀다.

시차적응 때문인지 더 돌아다니기에는 피로감이 느껴졌기에, 일단 전철을 타고 숙소로 들어가기로 했다.

숙소에 들어와 보니 객실이 청소 중이어서 부츠에서 사온 먹을거리와 돗자리를 들고 

테이트 모던 앞 잔디밭에서 햇살을 받으며 나름대로의 피크닉을 즐겼다.

햇살을 받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바람이 생각보다 많이 불어 피크닉의 즐거움도 잠깐이었다.




그렇다면 템즈강가에서 일광욕을 해볼까 싶어 다시 왔다.

하늘이 정말 예뻐서 보는 내내 행복했고, 햇살은 참 좋았다.




따끈한 커피 한잔이 생각나서 블랙 프레이어스 역 구내에 있는 커피집에서 아메리카노 한잔을 사서 마셨다.

영국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우유 타서 마실래, 블랙으로 마실래' 물어본다.

나는 당연히 블랙으로 마신다.




테이트 모던 근처였던 것 같은데 비눗방울 놀이를 하고 있었다.

비눗방울은 템즈강가를 돌아다니며 동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사람들도 보면서 굉장히 즐거워했다.




맑고 화창했던 템즈강가를 뒤로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시차적응을 하느라 그랬는지 생각보다 몸이 많이 피곤했나보다. 일단 낮잠을 자야겠다 했는데 아주 긴 잠이 되어버렸다.

잠깐 일어났다 이내 다시 세상 모르고 잠이 깊이 들어버렸다.


이렇게 런던에서의 하루가 또 지났다. 내일은 드디어 위그모어홀로 음악회 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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