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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endipity
홍콩 여행 _ (8)9월 21일 센트럴, 코즈웨이베이 본문
(이 글을 처음 쓴 시점이 비가 많이 올 때였다. 내용을 추가해서 다시 올려본다.)
블로그를 방치한지도 꽤 오래 되었다.
그동안 몸이 좋지 않아 잠깐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고, 지금은 상태가 전보다 조금 좋아졌다.
요즘처럼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이면 홍콩에서 있었던 사흘 중 이틀이 많이 생각난다.
키보드를 두들기는 지금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마음만 먹고 있던 여행기를 다시 써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장대비가 내리던 마지막 날 오전에 호텔 체크아웃을 마치고, 홍콩역에서 얼리 체크인을 하기로 했다.
홍콩역은 AEL 구간에 해당되서 짐을 공항으로 부치거나 비행기 좌석을 배정받을 수도 있었다.
홀가분하게 짐을 부치고 홍콩섬의 다른 곳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홍콩역으로 가는 길에 봤던 출구 안내판. 우리나라와 다르게 알파벳으로 출구명이 나뉜다.
그리고 센트럴역과 홍콩역은 연결되어 있다. 연결되어 있다고 하지만 워낙 지하 구간이 넓어 많이 걷게 된다.
야우마테이역 부터 전철로 질질 끌고 왔던 캐리어 가방을 홍콩역의 얼리 체크인 창구에서 수하물 처리를 하고,
비행기 좌석 배정도 마치고 탑승권까지 받고 나니 떠나는 것이 실감났다.
운좋게 창가 자리를 배정받게 되어 직원에게 씩 웃으며 강조하듯이 '땡큐'라고 말했다.
얼리 체크인을 마치고 잠깐 차 한 잔 하며 어디를 갈지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홍콩역에서 지하로 연결되는 ifc몰로 다시 돌아왔다. 천장의 장식물이 웬지 멋져 찍어봤는데,
막상 찍어놓고 보니 그냥 그래서 아쉽다.
커피를 어디서 마실지 약간 고민했다.
전에 갔던 퍼시픽 커피 컴퍼니를 갈까 아니면 새로운 곳으로 근처 프레타 망제(Pret a Manger)를 갈 것인가?
후자는 자리가 없었고 전자는 자리가 있고 인터넷을 15분간 쓸 수 있어 결국 퍼시픽 커피 컴퍼니로 갔다.
동생은 따뜻한 라떼를 마시고 나는 아이스 티를 마셨다.
맥도날드에서 마셨던 커피가 별로였지만 연거푸 두 잔을 마시기는 그런 것 같아 그냥 차를 마시기로 했다.
무료 인터넷 부스에서 잠깐 트위터에 접속해봤다. 때 마침 우리나라 소식이 궁금했는데
광화문 도로와 교보문고가 물에 잠겼다는 트윗을 보고 기겁했다.
홍콩과 중국 쪽만 비가 잔뜩 온 것이 아니었다. 우리나라도 만만찮았다. 태풍의 영향권이었단다.
어떤 팔로어는 한반도를 뒤덮은 구름 사진을 보내오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비구경을 하겠구나 싶었다.
코즈웨이베이(Causeway Bay)로 가기 위해 다시 센트럴 역으로 가던 중 홍콩역 쪽에서 발견한 꼬마 사진사.
어린 꼬마가 사진기를 사뭇 진지하게 들고 열심히 뭔가를 찍고 있었다. 지켜보는 엄마도 웬지 재밌다.
홍콩역으로 가는 벽면에 있던 벚꽃 그림.
맥도날드에서 만든 광고의 일부인데 벽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벚꽃 그림이었다.
널찍한 벽 대부분에 자리잡은 벚꽃들이 어찌나 예쁘게 그려졌던지 진짜 벚꽃이 아닐까 싶었다.
웬지 벽을 뚫고 벚꽃 잎이 흩날릴 것만 같았다. '벚꽃 잎이 흩날리던 홍콩역'이라고 혼자 상상해봤다.
역 천장에도 벚꽃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가끔은 벽면을 도배했던 저 벚꽃 그림이 그리울 때가 있다.
여행을 하며 발견했던 의외로 인상 깊은 곳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센트럴역에서 전철을 타고, 코즈웨이베이로 갔다.
타임스퀘어(Times Square)라는 큰 쇼핑몰 구경도 하고 그곳에서 점심도 먹기로 했다.
영등포에 있는 타임스퀘어와 약간 비슷하기도 했다. 자라에서 옷을 살까 했는데 딱히 마음에 드는 건 없었다.
매장을 잠깐 둘러보다 밖으로 나왔는데 역시나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게다가 차도 엄청나게 막혔다.
돌아와 푸드코트에서 점심을 먹고 센트럴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Central Midlevel Escalator)를 가보기로 했다.
센트럴 방향 지하철역으로 가던 중 발견한 홍콩 철도 100주년 기념 티켓세트 광고판.
홍콩 철도가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것이었구나 실감이 났다.
전철을 타고 센트럴역에서 내려 안내판을 따라 걸어가면 센트럴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와 연결되는 곳이 나온다.
센트럴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고지대 주민들의 통근이나 통학을 위해 설치한 에스컬레이터로
길이로 따지자면 세계에서 가장 길단다. 출근시간대와 맞물린 오전에는 내려가는 방향으로만 운행되고,
반대로 오후에는 올라가는 방향으로만 운행된다.
그리고 중간에는 계단이 연결되어 있어서 에스컬레이터에서 나와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본 건물의 모습. 약간 후줄근한 건물이 찍혔지만 군데군데 예쁜 건물들도 많이 있다.
올라가며 건물 창으로 살짝 보이던 모습에서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 간판 등 다양한 것들을 볼 수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다 발견한 풍경 중 하나. 계속 내리는 비 덕분에 나뭇잎들이 깨끗해 보인다.
역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며 본 건물이다. 이 근방을 소호(SOHO)라고 하는데 경찰서 건물이란다.
경찰서 오른쪽 골목으로 길게 늘어선 택시들. 홍콩에서는 웬만하면 MTR을 타고 다녀서 택시를 탈 일이 드물었다.
이 근방에 Frying Pan이라는 브런치 카페가 유명하다고 한다. 이후에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지금 다시 생각컨대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의 끝에는 뒤쪽으로 보이는 아파트들이 즐비하지 않았을까 싶다.
처음에 올라가며 '저 에스컬레이터의 정상에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구간은 길었고, 비는 그칠줄 몰랐고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
내려가기로 결심했을 때 어떤 집이 눈에 들어왔다.
편안한 느낌이 드는 노란색의 벽이 도드라졌다.
걸려있는 빨래와 길게 쭉 뻗은 화초 등이 어우러져 있었다.
정면으로 찍을까 말까 소심하게 고민하다 결국 지나가며 살짝 찍었지만 꽤 인상 깊은 풍경이었다.
후에 우연히 누군가가 정면으로 찍은 사진을 올렸는데 '홍콩에서 가장 정감이 가는 사진'이라 소개했다.
사람 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나도 그런 생각을 했다. 다시 가게 된다면 그대로일까? 꼭 봐야겠다.
에스컬레이터는 편도로 운행해서 내려가려면 걸어야 한다.
옆으로 있는 계단을 따라 억수같이 쏟아지는 길을 조심스레 내려왔다.
언덕에 있는 계단 주변으로 분위기 좋은 카페와 음식점들이 많이 들어서 있었다.
소호 거리에서 뭔가를 먹어보고 싶었는데 일단 내려가는 데만 급급해서 지나쳐서 한편으로는 아쉬웠다.
에스컬레이터와 연결된 건물에서 잠시 쉬며 어디로 갈까 잠깐 생각해봤다.
셩완(Sheng Wan)을 갈까 센트럴로 다시 돌아갈까 고심을 하다 침사추이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셩완을 가지 못한 것이 약간 아쉽다. 멀지 않은 거리인데 그냥 갈걸 싶었다.
지나가는 길에 세이브 더 칠드런의 봉사자가 계속 따라와서
기부 권유를 하는 것 같기에 외국인이라 영어로 말해도 계속 따라왔다.
그래서 한국에서 왔다고 다시 말했다. 내가 현지인으로 보였던 걸까?
비도 억수같이 오고 몸은 슬슬 지쳐갔고 어쨌든 침사추이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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