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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2010 Hong Kong

홍콩 여행 _ (6)9월 20일 스탠리 그리고...

노란전차 2010. 10. 22. 23:16

익스체인지 스퀘어 버스 정거장에서 스탠리 방면으로 가는 버스는 여러 노선이 있다.

그 중에도 260번 버스는 'Express'가 별칭으로 붙어 있는 것으로 짐작컨대 급행버스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노선도를 보니 애버딘 터널을 통과해서 딥 워터 베이와 리펄스 베이를 경유하는 노선이었다.

빨리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260번 버스로 결정하고 버스 2층에 자리를 잡았다.

 

 

260번 버스의 내부. 2층버스의 맨 앞자리가 로열석인데 이미 다른 외국인들이 선점했다.

버스 정거장에 가기 전 편의점에서 산 우롱차와 과자를 간식 삼아 먹으며 차창 밖을 구경했다.

비는 점점 세차게 내렸다. 버스가 터널을 통과하고 오션파크를 지나 아슬아슬한 산길을 따라 달렸다.

2층버스가 저렇게 산길을 다녀도 되는건가 싶을 정도였다. 이 버스가 얼마나 높이 올라갈 것인가 궁금했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뿐. 산길을 따라 달리는 버스로 바다가 펼쳐졌다. 산길에서 보이던 탁 트인 바다가 기억난다.

더욱 신기했던 것은 높은 산에 드문드문 자리 잡은 고층 아파트들이었다. 딥 워터 베이 쪽이었던 것 같다.

리펄스 베이의 유명한 구멍 뚫린 아파트와 베란다 카페를 눈앞에서 보고 그냥 지나친 것이 아쉽다.

영화 '색.계'로 유명한 베란다 카페는 외관도 고풍스러웠다.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아쉬웠다.

 

 

 

버스는 리펄스 베이를 지나 스탠리로 향하고 있었다. 어느 정거장에서 사람들이 내리기에 따라 내렸다.

바로 그곳이 우리의 목적지였던 스탠리 마켓 입구였다. 낮은 건물들이 조용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비가 많이 와서 근처 왓슨스에서 우산을 하나 더 샀다. 지금 생각하면 델리 프랑스에서 팔던 긴 우산을 살걸 싶다.

스탠리 마켓 주변을 걷다 상징 격인 파란 외벽의 보트 하우스를 발견했다. 오른쪽에 놓인 자전거가 인상적였다.

 

 

 

스탠리 마켓에서 보이던 바다. 비 오는 날이어서 잔뜩 흐린 하늘이다. 흑백사진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그리고 바다 사진 또 하나. 잔잔하게 치던 파도는 바위에 부딪쳐서 흩어져 버렸다.

 

 

 

보트 하우스 옆길을 지나다 자전거를 찍어봤다. 흔들려서 샤픈으로 겨우 살렸다.

같이 가져간 필름 카메라로 찍고 싶었지만 한손에 우산을 들고 있어 아쉽지만 포기했다.

 

 

 

보트 하우스 옆길은 한적했다. 이미 관광객 한 무리가 지나갔기도 했지만.

고즈넉하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이 좋아 찍어봤다. 작은 차와 비에 젖은 거리가 보인다.

 

 

 

길을 걷다 발견한 작은 사당이라고 해야 할까? 지붕에 참새 여러 마리가 앉아 있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것은 블레이크 선착장으로 요트 선착장이라고 한다. 선착장에서 보는 바다도 멋졌을 것 같다.

 

 

 

스탠리 마켓 플라자에 올라가서 본 풍경들. 오른쪽으로 머레이 하우스가 보인다.

머레이 하우스는 홍콩섬 중심부에 있던 군사기지였는데 뱅크 오브 차이나를 신축하며

건물을 모두 해체해서 스탠리에 옮겨 지은 것이라고 한다. 음식점이나 카페들이 있는 것 같았다.

 

 

 

꽃 색과 지나가는 여자가 쓴 우산 색이 같다. 사진 속의 여자 분은 조용히 주변을 거닐었다.

 

 

 

스탠리의 주택가들. 주로 낮은 빌라들이 많이 보였다.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고급 주택가 같았다.

 

스탠리 마켓 플라자에 있던 TASTE라는 수퍼마켓에서 구경도 하며 과자와 견과류를 샀다.

 

TASTE 바로 옆에 왓슨즈 와인셀러가 있었는데 보통 우리가 많이 아는 화장품이나

생필품을 파는 왓슨즈와 어떤 관계일까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같은 계열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TASTE도 한 계열이었다.

 

그리고 이걸 아우르는 계열사가 허치슨 왐포아인데 대주주는 유명한 홍콩 갑부인 리카싱이었다.

홍콩에서 리카싱의 영향력은 실로 엄청나다.

대표로 있는 청쿵그룹은 허치슨 왐포아 뿐 아니라 전자상가 브랜드인 포트리스와

통신회사인 PCCW 외에도 홍콩의 거의 모든 산업을 주름잡을 정도다.

신문에서 리카싱에 관한 기사를 몇년 전에 봤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늦은 점심을 먹고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거장에 들어섰는데 비는 그칠줄 몰랐다.

양동이로 쏟아 붓듯이 세차게 비가 오는데다 천둥에 번개까지 무섭게 치는데 움찔할 정도였다.

다행히 정거장에는 그늘막이 있어 비를 피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버스에 올라타서 가던 길을 되돌아 왔다. 득템한 기분으로 2층버스의 맨 앞자리를 앉았다.

지붕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져서 다른 곳으로 옮겼지만 매 한가지였다.

가장 덜 떨어지는 곳에 자리를 잡고 티비 화면을 보며 동생과 광고 알아 맞추기 놀이를 했다.

비 오는 버스 속에서 나름 재밌었다. 물새 알로 보이는 것들이 여럿 있어 보니 자라탕 광고여서 기겁했던 기억,

우리나라처럼 콜록 엣취로 시작하는 감기약 광고, 대출 광고 등등...

묘한 중독성 있는 광고를 실컷 구경했다.

 

 

 

광고 알아 맞추기 놀이를 하며 웃다 보니 버스는 터널 근처까지 도착했다.

 

여기서 부터 홍콩섬 중심부의 교통체증이 시작되었다. 잘 가던 버스들이 슬슬 거북이 걸음으로 운행하기 시작했다.

더디게 운행하는 버스 차창 밖으로 코즈웨이 베이 쪽 건물들이 보였다. 사진에 보이는 건물은 홍콩 경마장 같았다.

그리고 빼곡히 자리잡은 묘지가 보였다. 홍콩에서 본 것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풍경 중 하나가 되었다.

 

나중에 구글 어스로 검색해 보니 성 미카엘 가톨릭 묘지라고 한다. 도심 한복판에 빼곡히 자리잡은 묘지가 이색적였다.

우리나라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말이다. 스탠리로 가면서 봤던 곳이기도 했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삶과 죽음은 어쩌면 별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

 

신기하면서도 평온한 느낌의 묘지를 고층 아파트가 내려다 보듯이 자리잡고 있었다.

홍콩의 미신 중에 주택가에 묘지가 있으면 좋다고 하는데 그런 맥락이 아닐까 싶었다.

 

 

 

센트럴에 도착해서 IFC몰로 갔다. 간단한 쇼핑도 하고 시티 수퍼 구경도 했다.

 

시티 수퍼는 우리나라 백화점 식품 코너처럼 외국 식품들이 많았다.

특히 와인이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두어 병 사올걸 그랬나 싶다.

홍콩은 주류에 세금이 붙지 않아 싼 편이다. 호텔 객실에서 맥주를 마셔볼까 싶어 한 캔 샀다.

세상의 모든 맥주가 모여있는 것처럼 종류도 많았다. 동생은 산 미구엘을, 나는 기린 클래식을 샀다.

선택한 이유라면 '값이 착했다.' 그리고 식품코너에서 초밥을 사고 숙소가 있는 구룡반도로 돌아갈 생각을 했다.

 

스타페리를 타고 건너면 시간대가 침사추이에서 심포니 오브 라이트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여기서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된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에 신선도가 생명인 초밥을 들고 있었으니 말이다.

결국 비가 와서 몸도 지친데다 그놈의 초밥 때문에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둘째 날의 저녁은 한국에서부터 가져온 육개장 사발면과 초밥이었다.

후식은 맥주와 스탠리에서 산 견과류였다.

 

결국 심포니 오브 라이트는 둘째 날도 물 건너갔고, 홍콩에서의 일정도 마지막 날을 향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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