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모님은 닭살부부였다

잠깐 인터넷을 하다 거실로 나와보니
아빠께서 핸드폰으로 열심히 문자를 찍고 계셨다.
보내는 사람은 바로 '엄마'였다.

조금은 서툴게 버튼을 누르시다
이내 익숙해진 손놀림으로 문장을 쓰시고,
확인버튼을 눌러서 엄마 핸드폰으로 전송에 성공했다.

문구가 대충 '여보, 보고 싶어요, 사랑해요..'
이런 내용이었는데 엄마께서는 낯 간지럽다 하시면서도
곧 '다시 보내달라'고 은근히 좋아하신다.

우리 부모님은 7년간 연애를 하셨다.
그동안 주고 받은 편지도 굉장히 많았다고 하고
주위 분들의 증언에 의하면 내용도 애틋했다고 한다.
어쩌면 그때가 생각나서 은근히 좋아하셨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아빠께서 핸드폰을 바꾸시더니 문자 보내기 공부를 하시고
엄마께서는 티비에서 Abba의 'Dancing Queen'을 듣더니
벨소리를 바꿔달라신다. 그래서 그 곡으로 바꿔드렸다.

우리 부모님들도 알고보면 참 귀여운(?) 분들이다.
그리고 닭살부부다.
미혼 딸내미 앞에서 귀엽게 염장도 지르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