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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endipity
런던 여행 _ (1) 6월 21일 출발 그리고 도착 본문
런던은 언제나 내 마음 속 버킷리스트 1순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렸을 적에 아버지가 출장을 다녀오시면서 사왔던 작은 런던 가이드북을 보며 꿈을 키웠고,
'천일의 앤'이나 '007 시리즈', '셜록', 최근에는 '더 크라운'까지 영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즐겨봤다.
그래서 영국 배우들을 좋아한다. 랄프 파인즈, 베네딕트 컴버배치, 휴 그랜트, 엠마 톰슨 등등
게다가 영국 출신 클래식 음악인들을 좋아한다. 소프라노 엠마 커크비, 지금은 세상을 떠난 지휘자 크리스토퍼 호그우드,
존 엘리어트 가드너, 테너 마크 패드모어 등등...
꼬맹이 시절에 사진으로만 보던 런던을 드디어 가게 되었다.
수술 후 6개월 검진을 무사히 통과하고, 아주 마음 편히 출국을 하게 되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짧게 다녀왔지만 이번의 경우 런던이 10박 11일, 파리는 5박 6일 일정이어서 꽤 길게 여행을 했다.
최초의 장거리, 장기여행인 셈이다.
이게 장거리여행의 시작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여행길에 올랐는데,
큰 탈 없이 무사히 잘 다녀왔고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유럽을 다녀보자는 생각이 더 커졌다.
그리고 지난 16일간의 기록을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시작부터...
공항에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체크인과 수하물처리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일산에 살 때는 인천공항 가는 길이 멀지 않았는데, 여기로 이사와서도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출국수속을 마치고 면세점 구경을 잠깐 하다 일단 라운지에 들어가 쉬면서 간단하게 뭘 먹기로 했다.
아시아나 탑승권과 PP카드가 있으면 아시아나 비즈니스 라운지에 입장할 수 있으므로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탑승구 가는 길 근처에 있어 위치도 좋았다.
우선 들고 온 음식들. 생각보다 깔끔하고 맛이 좋았다.
한켠에 칸막이로 분리된 공간에 안마의자들이 있었는데 죄다 자리를 맡아놓은 상태였다. 게다가 쉽게 빠지지도 않았다.
그냥 소파 자리에 늘어지게 앉아서 티비를 보며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즉석에서 크림 스파게티도 만들어준다. 바로 만들어 나온 고소하고 따끈한 맛이란...
입가심은 쿠키와 커피로 마무리하고, 개인 업무공간에서 여권 사본을 복사하고 라운지를 나와 면세품 인도장으로 향했다.
인천공항의 상징 아닌 상징이 된 라인프렌즈 중 초코.
브라운을 엄청 좋아하지만 사람 마음은 다 나와 같은지
브라운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경쟁이 치열해서 새침떼기 동생 초코를 찍었다.
혼자 브라운을 부르는 애칭이 있다. '곰돌이', 그리고 초코는 '곰순이'...
아마도 면세품 인도장에 들렀다 라인프렌즈 매장을 잠깐 구경하고 탑승구 쪽으로 가는 길이던가...
비행기는 대기중...
탑승하고 나서 한 컷. 언제나 그렇듯이 날개가 보이는 창가 쪽 자리다.
그러나 오른쪽 창가 자리를 선택한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그건 나중에...
OZ521편이 신기종이라는 말은 어디선가 들었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았다.
기내 모니터 화면이 꽤 큰데다 USB 충전도 할 수 있었다.
기내 영화에 '피터 래빗'이 있길래 냉큼 봤다.
여행을 앞두고 있을때 동생이 런던이 예쁘게 나오는 영화라고 강력추천을 했던 기억이 나서 고민할 필요도 없이 봤다.
개구쟁이 토끼 피터 래빗은 귀여웠고, 토끼 파이가 된 피터의 아버지를 생각하며 혼자 울컥했고,
'비(Bea)'라는 여자 주인공은 베아트릭스 포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인물이 아닐까 싶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기내식이 나왔다.
첫번째 기내식은 쌈밥을 골랐다. 비행기에서 쌈채소에 고기와 밥을 싸먹는다는 것이 참 신선했다.
당분간 우리나라 음식을 접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이럴때 먹어둬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 입맛에는 참 맛이 좋아서 어머 어머 하며 신나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쌈밥을 먹는 방법까지 별도로 친절하게 알려준다.
후식은 커피와 꿀떡을 먹었다. 기내에서 화이트 와인을 먹던 시절은 안녕...
대신 커피와 홍차, 쥬스, 사이다, 콜라를 골고루 마셨다.
에어쇼로 대충 위치를 보니 러시아 쪽이다. 여기가 바이칼호인가?
북극항로는 바이칼호도 지난다고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난다.
러시아를 통과하는데만 엄청나게 시간이 걸렸다. 세계에서 제일 국토면적이 큰 나라가 맞지 싶다.
옆자리가 비어 살짝 다리도 뻗을 수 있었다. 정말 운이 좋았다.
그리고 간식 시간. 따끈따끈한 피자에 콜라를 마셨다. 요즘은 피맥이라던데 나는 이제 피맥을 못하므로 피콜로 만족...
그리고 또 본 기내 영화. 런던행이므로 '패딩턴 2'를 봤다. 이 영화도 런던 시내가 참 예쁘게 나온다.
그리고 휴 그랜트가 나오는데 영화 속에서 한갖 개사료 광고만 찍는 한물 간 배우인 줄 알았더니 악역이었다.
나중에 런던에 있을 때 햄리스에서 패딩턴 곰인형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깐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마지막 기내식. 이제 런던과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 같다.
길고 긴 러시아 땅을 지나 베를린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제 런던까지 1시간 13분이 남았다.
영국 상공에 진입했다. 높은 산도 없고 죄다 평지로구나.
하지만 비행기가 런던 상공을 지날 때 보이는 풍경이 너무 멋져서 혼자 엄청나게 감탄했다.
사진 속으로만 보던 것들을 실제로 보는데다 그토록 가고 싶었던 곳이니... 사실 눈물이 핑 돌았다.
건너편 자리에 있던 일본 처자가 자꾸 창가 쪽으로 시선을 보내길래
아예 옆자리로 오라고 해서 같이 이 광경을 봤다.
런던 시내 모습. 세인트 메리 액스(일명 오이지 빌딩)가 보인다.
런던 상공을 날아 히드로 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아시아나의 날개, 영국항공의 꼬리.
원래 영국항공을 타고 런던을 가는 것이 로망이었으나 현실은 파리 아웃인지라...
입국심사를 받으러 가는 길. 히드로 공항 2 터미널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터미널 개장 때 여왕이 테이프를 끊었던 사진을 아시아나 페이스북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아시아나를 타고 런던에 갈 일이 있을까 했는데, 그것이 현실이 되었다.
역시 입국심사를 받으러 가는 길에 본 면세점 모습. 부츠도 보인다.
두 팔 벌려 나를 환영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가장 긴장했던 입국심사를 수월하게 마쳤다.
사실은 여러가지 경우의 수로 질문을 생각했는데, 막상 물어본 것은 '얼마나 있을거니?', '런던에서 뭐 할거니?'였다.
그 질문에 11일, 내셔널 갤러리와 버킹엄 궁 갈거에요 했더니 무사통과였다.
어떤 여행자는 숙소 바우처를 들고 심사를 받고 있길래 아예 숙소 바우처와 유로스타 티켓을 들고 있었다.
아마도 그래서 그랬던 건지 큰 문제 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현지에서 없어서는 안될 심카드를 샀다.
전에는 Three SIM을 많이 쓴다고 들었는데, 요즘은 EE가 4G가 되서 대세가 바뀌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미리 봐둔 £25짜리 심카드를 자판기에서 구매해서는 얼른 핸드폰에 꽂았다.
30일에 13GB 데이터와 현지에서 통화나 메시지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런던 시내에서 4G가 막힘없이 잘 터져서 구글맵을 보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심카드를 사고 이제 숙소로 갈 차례다.
공항에서 숙소가 있는 서더크(Southwark)까지 가려면 피카딜리 라인을 타고
그린파크(Green Park) 역까지 가서 주빌리 라인으로 환승을 해야 한다.
이때 가장 걱정했던 것이 29인치 짜리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전전하지 않을까였는데, 기우에 그쳤다.
공항에서 전철역까지 가는데는 어차피 엘리베이터가 있어 큰 걱정이 없었고,
그린파크 역이나 서더크 역도 마찬가지로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캐리어를 들고 낑낑거릴 일이 없어 정말 다행이었다.
발권기에서 오이스터 카드를 구매하고 충전까지 무사히 했는데, 카드 두 장이 나왔다.
역무원에게 문의를 하니 내가 충전한 액수를 물어보고는 맞는 카드를 확인해줬다.
그리고는 피카딜리 라인에 무사히 탑승했다. 이제 런던 시내로 간다.
저녁 8시가 다 되어 가는데도 차창 밖 풍경은 여전히 해가 지지 않았고 날은 화창하기만 했다.
공항이 있는 6존에서 2존까지는 지상구간이었던 것 같다.
주택가 풍경, 공원, 오래된 나무들을 차창 밖으로 보며 남은 정거장 수를 세어보기도 했다.
1존에 진입하고 그린파크 역에서 주빌리 라인으로 환승해서 숙소가 있는 서더크 역에 드디어 도착했다.
서더크 역에 내린 시간이 오후 9시가 넘었는데도 여전히 밝았다.
역 앞에 있는 테스코에서 1L 생수 2통과 포장된 과일 한 팩을 사들고 구글맵을 켜고 숙소까지 걸었다.
숙소는 테이트 모던 근처여서 이정표만 잘 쫓아가면 된다. 가로등을 주황색으로 칠하고 테이트 모던으로 표시까지 해놓았다.
그러나 초행인 나는 그걸 모르고 서더크역 입구에서 구글맵을 켜고 아주 잠시 헤맸다.
결국 방향을 잘 잡아서 숙소까지 가는 길은 어려움이 없었고, 정작 숙소 앞에서 잠깐 헤맸으나 결국 도착은 했다.
숙소 근처에 있던 아파트. 영국식 영어로는 플랫.
8박 9일 동안 내가 숙식할 LSE Bankside House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여장을 풀었다.
프론트 직원이 '여기에 온건 행복한 여행의 시작이에요'라고 환영해준 기억이 난다.
숙소에 도착하니 어둑어둑해진다. 런던에 도착한 첫날은 이렇게 지나갔다.
앞으로 어떤 날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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