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endipity

홍대 앞 본문

daily life

홍대 앞

노란전차 2011. 12. 18. 23:40

성탄대축일을 앞두고 판공성사도 드릴 겸 성당이 있는 홍대 앞으로 갔다.

전에 성사표를 받으러 잠깐 들르긴 했지만 성사에 미사까지 제대로 드린 것은 오랜만이었다.
전 전대에 주임신부님이셨던 분께서 대림특강 차 오셔서 성사까지 주셨는데 하신 말씀들이 와닿았다.
고해성사 때 말씀하셨던 사죄경이나 보속도 그러려니와 강론 때 언급하셨던
‘기술문명의 발달이 인류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었는가‘와
‘버릴 것을 버려야 비로소 예수님이 오실 곳이 생긴다’ 등의
말씀들이 미사가 끝나고 시간이 지나도 가슴에 조용히 울림이 되는 것 같았다.

모처럼 점심식사도 맛난 샌드위치가 있는 런치 세트로 먹고 그곳의 별미인 스콘도 샀다.
다크 초코렛 덩어리와 호두가 듬뿍 들어가고 버터가 적게 들어가 느끼하지 않은 맛이 일품이다.
요즘 들어 홍대 앞에는 빵집들이 은근히 많이 생기고 있다.
명란젓빵으로 유명한 빵집에서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통단팥빵에 명란젓빵, 호밀식빵을 샀다.
가격은 물론 시중 프렌차이즈 빵집보다 비싸지만 맛과 정성이 더 크다고 생각하면 감수할 수 있다.
샌드위치 카페에서 다른 빵집까지 산책하는 기분으로 빵집 순례를 다닌 느낌이다.

오랜만에 홍대 앞을 걸어보니 상점이나 카페가 많이 바뀌었다.
물론 부동산 값이 치솟아 주변 상점들이 제자리를 지키기가 힘들 것 같다.
없어진 곳들을 보면 추억도 같이 사라져 가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도 들고
점점 고급 상점들이 들어서며 중소 상점들의 설 자리도 그만큼 좁아지는 것이 아닌가 싶어 씁쓸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홍대 앞은 멀리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곳 같다.
어린 학생 시절부터 쭉 다녔던 곳이어서 그런 건지,
반년 동안 열심히 성당을 다니며 세례를 받은 곳이어서 그런 건지,
생각해 보면 세월이 지나며 켜켜히 쌓인 크고 작은 추억 때문인 것도 같다.
교적을 옮길까 고민도 잠깐 해봤지만 매주 다니지 않더라도 적은 둘까 싶다.
미사를 드리면 마음이 푸근해지는 느낌은 정말 고향에 온 그것과도 같다.

집으로 가려고 성당 방향으로 길을 걷다 견진대모님을 우연히 뵈었다.
안부를 묻고 건강 염려도 해주시고 늘 과하지 않게 조용히 따뜻한 대모님을 뵈어 반가웠다.
그리고 대모님과 늘 함께 하시는 남편 분과 귀여운 아이들도 잠깐 만날 수 있었다.

성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홍대 주변에서 있었던 시간들 덕분에 마음 한켠이 조금은 채워진 느낌이다.

반응형

'daily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이안 포시  (0) 2012.03.05
새해 결심이랄 것까지야  (0) 2012.01.08
뽀로로  (0) 2011.12.11
생활의 달인 병원편  (0) 2011.03.17
샤갈 '비테프스크 위에서'를 보고  (0) 2011.02.18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