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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달인 병원편

노란전차 2011. 3. 17. 00:20

주말 아침마다 식사를 하고 온 식구가 도란도란 앉아 보는 티비 프로그램이 있다.
무엇인고 하니 바로 ‘생활의 달인‘이다.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보며 존경심에 한편으로는 가슴이 짠해지기도 한다.

그런 달인들을 병원에서 찾았으니...
검사할 것이 있어 병원에 갔는데 채혈의 달인과 주사의 달인을 만났다.
혈액검사가 필요하다고 해서 채혈실로 갔더니 관록이 느껴지는 선생님이 채혈을 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작은 시험관 두 개 분량을 순식간에 뽑아내더라는 것이다.
살짝 놀래서 ‘벌써 끝난건가요?‘라고 여쭤봤더니 아주 여유있게 한 말씀,
‘여기서 더 길어지면 아파요!’ 하긴 얼마나 오랫동안 많은 환자의 채혈을 도맡았겠는가.
정맥에서 피를 뽑는 것이 그렇게 아픈 건 아니지만 최소한의 따끔함마저 느껴지지 않을 정도라면
달인이 아니고 뭘까 싶었다.

주사를 맞아야 해서 주사실에 갔다.
주사제로 쓰일 약을 약국에서 받아 덜렁덜렁 들고 순서를 기다리는데 항암치료 중인 분들이 여럿 계셨다.
그냥 가슴이 짠했다. 종합병원이라 해도 중소규모의 병원과 대학병원은 현저한 차이가 난다.
생각지도 않은 다양한 환자들을 보게 되는데 이 분들이 얼른 나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쨌든 순서가 되어 주사를 맞게 되었다. 먼저 테스트로 초등학교 시절 투베르쿨린 검사처럼
소량의 시약을 넣고 조금 있다 반응을 보는 건데 결과도 좋아서 바로 본 주사를 맞았다.
바늘이 들어가고 순식간에 아프지 않게 끝이 났다. 링거액을 맞는 게 아닌 이상 비슷할 것 같긴 하지만...
역시 주사의 달인이 따로 없었다.

만일 병원에서 생활의 달인을 찾는다면 이분들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내 생각일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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