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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있었던 일 - 완결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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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있었던 일 - 완결편

노란전차 2010. 2. 14. 01:41
* 트위터 트위터를 하기 전에 미투데이를 사용했다. 블로그와 또 다르게 읊조리는 재미가 있어서 혼자말도 잘 남기는 곳이 되었다. 그러다가 트위터라는 비슷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정을 만들어봤다. 처음에는 물론 읊조리기만 했다. 그러다가 유학 중인 친구의 남편과 맞팔로우를 하면서 대화라는 것을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 팔로어 숫자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에 내가 팔로우한 계정들은 책이나 뉴스, 음악 또는 유명인들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비슷한 화제를 가진 사람들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오프에서 모임을 갖기도 했고, 즐거운 기억들로 남아있다.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신선함이 느껴지고 의외로 좋은 이야기들이 오갈 때가 있다. 트위터가 그런 경우가 아닐까 싶다. 이제 팔로잉 관계에 대화가 많이 오가면서 익숙한 관계가 되어 가고 있지만 말이다. 인간관계라는 것이 늘상 좋을 수만도 없고 분명히 갈등도 있을 것이다. 트위터 상에서의 인간관계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만난 팔로워들과 좋은 인연이었으면 좋겠고, 행여 멀어진다 하더라도 좋은 기억만 갖고 있었으면 좋겠다. 가끔 그렇게 기도할 때가 있다. 요즘 트위터의 전성기가 초창기 PC 통신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트위터 때문에 아이폰을 사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이건 기다려야 하지만... * 홍대 앞 발견 20주년 중학생 때 홍익여고 방송제 구경을 갔다가 홍대 앞을 알게 되었다. 그때는 홍대 정문 쪽 큰 길을 중심으로 아담하면서도 예쁜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다. 연합고사 전날 예비소집이 끝나고 같은 반 언니의 작업실에 놀러갔다 엿을 받고 눈발이 날리던 거리를 걸었던 기억이 지금도 가끔 떠오를 때가 있다. 그 후로 홍대 앞을 자주 다니게 되었다. 뜻한 바가 있어 공부를 할 때도 마포 도서관을 갔고, 다시 학교에 들어갔을 때도 홍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기도 했다. 과 친구들과 방학 때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고, 만남과 헤어짐도 있었다. 지금은 다 옛 이야기가 되었지만.. 긴 시간 동안 생각해보니 수많은 일들이 이곳에서 일어났다. 홍대 주변은 지역 특성 상 아기자기한 곳이 많다. 그런 곳들을 돌아보는 재미도 좋아서 골목골목을 걸어다니는 것이 참 좋다. 지금은 주택가까지 카페나 음식점이 침투해서 조금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물론 예쁜 걸 좋아하고 맛집이나 카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좋겠지만.. 요즘 점점 이렇게 변해가는 동네들을 보면서 가끔 과연 이게 좋은 걸까 싶기도 하다. 오랜 기간 동안 그냥 지나다니는 동네로만 생각하기에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인근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이제는 홍대 앞은 종교적 고향이 된 셈이다. * 세례 그리고 견진 작년 2월에 예비신자 과정에 등록해서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다. 수녀원에서 하는 유치원에 다녔기에 천주교가 익숙했고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늘 종교를 갖게 된다면 '성당을 다니겠다'라고 막연하게 생각을 해왔다. 그도 그럴 것이 돌아가신 큰고모께서 독실한 신자셨고, 후에 막내이모가 세례를 받고 절친한 친구가 명동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아무래도 영향을 준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힘든 일이 있을 때는 근처 성당을 찾아 혼자 기도하기도 했고, 천주교와 관련된 것들에 막연하게나마 관심을 갖고 살았다. 그러던 중에 몇년 전 신학생들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깊은 감명을 받고 방향을 잡았다. 가장 기폭제가 된 것은 제작년 시국미사에 참여하면서였다. 그때 왠지 모르게 확실하게 마음의 결정이 되는 것 같았다. 6개월의 예비신자 기간동안 꽤 좋은 기억들이 자리잡고 있다. 재미있게 교리를 가르치셨던 수녀님, 유난히도 맛나게 느껴졌던 믹스커피, 수녀님이 자리를 비우시면 나타나서 특강을 하셨던 주임신부님, 지근거리지만 땀 뻘뻘 흘리며 갔던 절두산 도보 성지순례, 같이 교리를 배웠던 사람들 모두. 1년이 지난 지금 가만히 돌아보면 즐거운 추억들이다. 언제 시간이 지날까 싶었지만 8월에 세례를 받았고, 뒤이어 9월에 견진을 받았다. 본래 견진은 6주간 교리를 진행하는데 '6주도 길다'는 열성적인 주임신부님 덕에 주 2회씩 3주로 당겨서 진행했다. 순식간에 견진까지 받은 셈이다. 무엇보다 견진 교리 때 전에 계셨던 주임신부님을 뵈어서 반가웠다. 2월 셋째 주에 다른 곳으로 가셔서 아쉬움이 많았지만, 견진교리 때 인사드리고 저서에 싸인까지 받았다. 가시면서 살짝 돌아보시며 씩 웃으시던 모습이 인상깊다. 나홀로 신자이지만 가족들은 내 종교를 존중해주고 있다. 동시에 감시자이기도 하다. 소홀해질라 치면 동생들이 '나이롱 신자'라고 놀리기까지 한다. 미사와 기도 등을 통해 얻는 마음의 평안이 좋다. 살면서 신앙으로 고민할 때도 있고 갈등할 때도 분명 있겠지만 잘 헤쳐나갔으면 좋겠다. 평생을 가지고 갈 신앙이기에.. 이래저래 완결편까지 나왔다. 음력으로 새해까지 맞추려고 애써봤는데 얼추 맞춘 것 같다. 올해는 어떤 일이 있을까. 즐거운 일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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