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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노란전차 2010. 1. 28. 21:22
1. 트위터의 이벤트 중에 온라인서점에서 책을 주는 이벤트가 있다. 하루에 한 책을 선정해서 트윗에 올리면 팔로어들은 받고 싶은 이유를 RT로 보낸다. 그럼 추첨을 통해서 그 책을 주는 것인데, 운 좋게도 또 당첨되었다. 책 제목은 "나는 한옥에서 풍경놀이를 즐긴다"이고 작가 건축가 임석재 님이다. 받고 싶은 이유가 '할아버지가 사시던 한옥이 그리워서'였고, 한옥을 좋아해서기도 했다. 할아버지가 사시던 대전집은 한옥이었다. 넓은 마당에 예쁜 꽃들이 피어 있었고, 우물과 큰 감나무가 있던 곳이다. 대문에 피어있던 덩굴장미는 지나다니던 사람들의 탄성을 절로 자아내게 했던 곳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한옥의 느낌을 참 좋아했다. 지금은 그 자리에 건물을 지었지만, 가끔은 한옥이 있던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2. 아버지께서 CD에 있는 할아버지의 옛날 사진이 열리지 않는다며 살려달라고 하셨다. 들여다 보니 CD가 구운지 오래되서 잘 열리지 않는 것 같았다. 큰고모부께서 자동설치 프로그램에 뷰어까지 넣어서 CD만 열면 자동으로 볼 수 있게 만드셨지만 CD의 상태가 좋지 않아 PC에서 속도가 느리게 돌아기만 했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만드신 큰고모부가 대단하시다. 그 당시 70대셨는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는지 정말 존경스럽다. 일단 겨우 열어서 할아버지 사진 폴더만 PC에 복사했고, 나머지 프로그램들은 아쉽지만 놔둘 수밖에 없었다. 이미지 뷰어로 본 할아버지의 잘 생기셨던 젊은 시절 모습에 작은 할아버지, 고모 할머니 등 집안 어른들의 옛날 모습을 보니 신기했다. 겨우 폴더 하나 복사해서 붙인 것 뿐인데 아버지는 그마저도 좋다고 고맙다고 하신다. 알씨 같은 이미지 뷰어로 사진 보는 방법을 다시 알려드렸는데 이제 CD를 가지고 씨름하실 일은 없겠거니 싶다. 우연히 받은 책과 아버지 덕에 옆에 다가가기 어려울 정도로 위엄있으셨고, 무뚝뚝하셨지만 손주들 앞에서는 부드러우셨고, 전통을 고수하시는 것 같지만 나름 융통성을 발휘하셨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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