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여행 결산

나름대로 싱가포르 여행 후 결산을 해보니,

* 최고 공로상 - MRT (Mass Rapid Transit, 지하철)
MRT는 싱가포르에서 가장 유용한 교통수단이다.
값도 저렴하고 역 간 간격도 그다지 길지 않은데다
지상구간을 통해서 목적지까지 갈 때 차 창 밖으로
싱가포르의 주거지역과 인근 시설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3일 내내 우리의 발이 되어 준 MRT에게 공로상을 수여한다.

* 인기상 - 오차드 로드 (Orchard Road)
이런 저런 일로 세 번이나 갔던 지역이다.
둘째 날 주롱 새 공원 구경을 마치고 오차드 로드 파라곤에
있는 싱가포르 항공에 도심 체크인도 하고 번화가 구경도
하려고 갔다가 이래저래 다시 두 번을 더 가봤다.
명품도 많지만 중간 가격 대에서 디자인이 괜찮은 상품들도
많아서 실용적인 쇼핑을 생각한다면 괜찮을 것 같다.
특히 니안 시티(Ngee Ann City, 義安城)의 웅장한 자태는
잊을 수 없다.

* 포토제닉상 - 치열하게 경합 중.
비행기 창 밖의 풍경도 멋졌고, 구석 구석의 풍경이 다 좋았다.
필름으로 찍은 사진들까지 종합해 봐야 알 것 같다.

* 아차상 - Swissotel The Stamford, 야쿤 카야 토스트
일정에 넣어 놓고 해보지 못한 것들이 여럿 되는데
특히 아쉽게 생각되는 것들 중 스위스오텔 더 스템포드
70층에 있다는 Aquinox Bar에서 느긋하게 칵테일을
못 마셔본 것과 숙소 가까이에 있다는 야쿤 카야 토스트를
못 먹어본 것이다. 사실 토스트는 셋째 날에 호텔 조식을
놓치면 먹어볼 생각이었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이거 한국에도 있다던데 비싸게 받는다고 한다.

* 등잔 밑이 어두웠다 상 - 차이나타운
숙소가 차이나타운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차이나타운 구경은 제대로 못했다.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맡긴 짐을 가지고 공항으로 가기 전 두어 시간 구경했다.
차이나타운 한복판에 힌두교 사원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볼만한 것이 많은 곳은 따로 있었다.

* 스릴상 - 센토사 섬으로 가는 케이블카
HarbourFront 역에서 내리면 센토사 섬으로 가는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곳이 나온다. 바다 건너 섬을 케이블카로 간다면
신기하지 않겠는가. 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보이는 바다와
크루즈,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컨테이너, 센토사 섬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그리고 밑이 바다라면.. 스릴있지 않을까?

* 꼴불견상 - 같이 입국 비행기를 탄 단체 여행객들
이 팀들의 행태는 이미 창이 공항 적부터 알아봤다.
광활한 면세점 구경을 하다가 우리가 탈 비행기의 탑승안내가
나와서 그 근처로 갔다. 서울행 비행기인지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90% 이상이었다. 그 중 단연코 눈에 띈 사람들이었다.
원래 기내 소지 물품에 칼이나 손톱깎기 등은 가지고 갈 수 없다.
정 가지고 가려면 짐을 부쳐야 한다. 실제로 나도 눈썹정리용 칼을
소지했다가 눈물을 머금고 버려야 했다.
이 팀 중 한 아저씨가 난 손톱깎기 가지고 들어가다 걸렸다고
툴툴대니까 옆의 한 아줌마는 무용담처럼 자기는 안 걸렸다면서
계속 몰지각한 소리만 했다. 탑승을 하고 나서도 역시나...
가장 큰 소리로 떠들고 기내를 활보하는 팀도 역시 이 팀이었다.
문득 든 생각이었는데 여행 내내 현지인들은 나와 동생이
한국사람임을 대번에 알아봤다. 한국 사람들 많이 온다고.
처음에는 좋은 뜻으로만 생각했는데 반반인 것 같다.
이런 무식한 사람들 정말 혼내주고 싶다.

* 의외로 멋졌다 상 - 싱가포르 항공 남자 승무원
싱가포르 항공의 상징은 싱가포르 걸로 불리는 여자 승무원이다.
단정하게 틀어올린 머리에 몸에 붙는 사롱 케바야(전통의상)가
매력적인데다 서비스도 참 좋다. 그런데 싱가포르 걸들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어쩌다 한 두번 지나다니는 남자 승무원들도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외모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노련함과
친절함과 절도가 느껴졌다. 앞자리에 앉은 아기를 보면서
지긋한 사무장 급부터 일반 스튜어드까지 꼭 웃어주고
쓰다듬어주고 지나가는 모습이 형식적인 친절로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제 제대로 된 여행기를 써봐야겠다. 기억을 되짚어 가면서...
이 기억이 사라지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