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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늦었지만) 6월 30일 시국미사

노란전차 2008. 7. 2. 22:04
그저께, 6월 30일에 있었던 시국미사에 다녀왔다.

때 마침 광화문에서 일하고 있었던데다 꼭 가고 싶었다.
겁이 나서 촛불집회에 쪽수조차 못 보태주는 것이 미안했고,
미사는 몇번 참례한 적이 있어서 전례도 대강 알던데다
천주교 신자인 친구가 간다기에 같이 가기로 했다.

일을 후딱 마치고, 시청까지 잰 걸음으로 갔다.
친구와 만나기한 장소 근처에서 살벌한 분위기였는데,
아고라에서 대충 무슨 사건인지 알 수가 있었다.

친구와 만나서 자리를 잡고 앉아서 미사가 시작되기까지
주기도문과 성모송을 계속 읊었다. 이윽고 미사가 시작되었다.
신부님의 말씀은 심히 가려웠던 곳을 속 시원히 긁어주었고,
많은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것 같았다.

주옥같은 강론도 그렇거니와, 성가로서 정말 상상도 못했던
'광야에서'와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등과 같은 민중가요가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알고 보니 일부 민중가요는
성가로서 인정을 받는 것도 있다고 한다.

미사가 단지 신자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든 사람들을 위해
준비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심한 배려인 동시에
이 미사에서 알리고자 하는 것을 잘 드러냈구나 싶었다.

영성체 시간에 여러 신부님께서 돌아다니셨는데,
보통 영성체를 담는 은으로 된 제기 대신 핸드피켓으로 나눠준
촛불소녀를 고깔 모양으로 접어서 가지고 다니셨다.
정말 신선했다. 그러면서도 왠지 정겨웠다.

미사가 끝나고 가두행진을 했는데, 난생 처음으로 시내 한복판의
차도를 걸었다. 불타버린 숭례문도 지나고, 행진하던 우리를 보면서
어떤 택배 트럭을 몰던 기사분은 우리를 응원했다.
몇몇 사람들이 시청 쪽에서 "민주시민 함께해요"를 외치니까
박수를 보내면서 응원했다. 어떤 사람들은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이때 느낀 것이 있다면 '혼자서 어렵지만 여럿이 모이면 힘이 된다'
그렇게 시가행진을 하면서 마음은 뿌듯했고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다.

그저께부터 시작한 시국미사는 오늘도 이어졌고 무기한 계속될 것이다.
곡기를 끊고 무기한 단식에 들어가신 신부님들을 생각하면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진다. 이 분들이 끊었던 곡기를 다시 잇는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

시국미사를 기점으로 촛불시위의 형태는 비폭력으로 돌아갈 것 같다.
극한 상황까지 치달았지만, 강한 것보다 끈질긴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계기였다.

시간이 되면 간간이 참례할 생각이다.
그리고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토요일마다 미사가 있다고 하는데
그 쪽 미사도 참례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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