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Tags
- 런던여행
- 사진
- 홍콩여행
- 부산여행
- iPhone 5S
- cafe
- 스콘
- 맛집
- 카페
- 여행
- 일산 카페
- 커피
- 당일여행
- 아이폰
- 영국여행
- 서교동성당
- 필름카메라
- 간송미술관
- 라페스타
- 뷰티폰
- 홍콩섬
- iphone 4
- Rollei35s
- Agfa Vista 200
- nex-5n
- 산책
- Sigma 30 1:2.8 EX DN
- hong kong
- 홍대주변
- 홍콩
Archives
- Today
- Total
Serendipity
엠마 커크비 독창회 "영국의 오르페우스" 본문
(사진출처 : 연합뉴스)
손꼽아 기다렸던 엠마 커크비(Emma Kirkby) 독창회에 다녀왔다.
아직도 그때의 느낌이 생생한데, 벌써 일주일이 지나간다.
그 기억을 조금씩 더듬어 감상기를 시작하려한다.
엠마 커크비를 알게 된 건 좀 어렸을 적이다.
아빠께서 한창 신동아 구독을 열심히 하시던 시절,
호기심이 많던 나는 광고나 어렵지 않으면서도 재미있는
기사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폴리그램 음반 광고를 많이 봤는데,
모차르트의 음반 소개에서 엠마 커크비를 본 기억이 난다.
그리고 작년 초,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기념으로
라디오에서 한창 관련 방송을 많이 할 적에
Exultate Jubilate라는 곡을 처음 들어봤다.
그 후부터 엠마 커크비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겼던 것 같다.
그리고 9월 경, 국제 바흐 페스티벌 행사 중에 엠마 커크비의
첫 독창회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내가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예매를 했다.
그 덕에 조기 예매 할인도 받고 좋은 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 달 조금 넘게 기다려서 독창회를 보게 되었다.
공연이 있었던 세종 체임버홀은 아담한 공연장이었다.
큰 공연장도 좋지만 이런 곳에서 단촐하게 공연을 감상하는 것도
나름의 매력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랬다.
엠마 커크비와 류트 연주를 하는 야콥 린드베리는 드레스와
연미복을 입지 않은 소박한 차림새로 나타나서 노래하고 연주했다.
그리고, 관객으로 온 임형주를 봤다. 아담한 체구에 곱상했는데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음악계 인사나 평론가들도
여럿 있는 것 같았고, KBS 1FM에서 실황중계를 하느라 객석
뒤편에 중계석을 만들었다. 그냥 스쳐 지나갔던 그 사람들이
KBS 아나운서들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사실 영국 고음악은 내게 생소한 분야다.
사기도 하고 이리 저리 구하기도 한 엠마의 음반들 중에서
공연의 레퍼토리에 해당되는 곡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곡을 알고 갔다기 보다는 처음으로 내한한 엠마의
실제 노래 소리를 듣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했던 것 같다.
하지만, 단아한 분위기의 곡들과 그냥 사진으로만 봤던
류트의 연주를 실제로 보고 들으면서, 고음악의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느낌은 잔잔하게 가슴 속을 파고 들어갔다.
엠마는 처음에 의자에 앉아서 노래를 부르다가,
곡 분위기에 맞춰서 일어나 감정 표현을 하기도 했다.
특히 어떤 곡에서 보여줬던 격정적인 감정 표현은 잊혀지지 않는다.
딱히 곡을 해석하지 않아도 몸짓만으로도 어떤 분위기였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고나 할까.
류트 연주를 한 야콥 린드베리도 간간이 독주를 했다.
기타와는 다르게 더 소리도 작고 크기도 아담했지만,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느낌이 들었다. 소리 또한 그랬다.
마음이 차분해지면서도 머리 속을 맑게 헹구어 내는 느낌이었다.
살짝 눈을 감고 상상을 하면 정말 그 시대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고풍스러운 느낌이 좋았다. 시간여행을 한 기분이었다.
곡 하나 하나 충실히 노래하고 연주한 엠마와 야콥에게
우리는 손이 부서져라 열심히 박수를 보냈다. 곡이 끝나고
박수를 보낼 때마다 한 마음으로 성원해줬고, 그때마다
엠마는 환하게 웃었고, 야콥은 조용히 'Thank you'를
읊조렸다.
마지막 곡이 끝나고 환호하면서 박수를 아끼지 않았는데
앵콜 곡도 세 곡이나 불렀다. 커튼 콜(?)도 여러번을 했고
그 때마다 우리는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엠마가 한 마디
하겠다고 하면서 "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또박 또박 우리 말로
말했을 때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몇몇은 기립박수를 보냈는데
그 중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실제로 엠마의 노래를 들은
감격이기도 하려니와, 고음악의 아름다움을 새삼 절감해서였다.
그리고 이어진 사인회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도
역시 사람들은 따뜻한 박수와 환호로 엠마를 맞이했다.
준비해가길 잘했다 싶었던 엠마의 음반 중 하나를 꺼내들고
순서를 기다렸다. 드디어 내 순서가 왔는데, 용기를 내서
영어로 말을 걸었다. 이 순간을 기다렸고, 영원히 기억할거라고..
그 말에 감동을 받았는지 엠마가 악수를 청하는 것이 아닌가?!
역시 기쁘게 응했다. 영국에서 작위를 받은 사람이라던데
그런 사람과 악수를 하는 것도 영광이 아닐까 싶었다.
공연장을 빠져 나와서도 잊을 수가 없었던 순간이다.
무심코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엠마 커크비가 내한공연을 하면
꼭 가겠다는 것이었는데, 정말로 내한을 했고 어떻게 성사되려는지
소식을 알아서 가게 되었다. 운이 참 좋았던 것 같다.
언제 엠마가 다시 우리나라에 올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본 우리나라 관객들이 보내준 환호와 성원에 기뻤으리라 생각한다.
쌀쌀한 가을 밤이었지만 마음만은 따뜻하고 좋았다.
엠마 커크비 독창회 관련 리뷰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1&aid=0001800714
KBS 1FM 실황중계 다시 듣기
http://www.kbs.co.kr/plan_table/channel/1fm/index.html?pg_date=20071028&table=24
반응형
'cul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고 싶은, 볼 영화들 (0) | 2007.11.30 |
---|---|
Elizabeth : The Golden Age 한국판 트레일러 (0) | 2007.11.03 |
Exultate Justi by John Williams (0) | 2007.09.30 |
Elizabeth - The Golden Age (0) | 2007.09.27 |
아르놀피니 부부 그림의 이면에는 (6) | 2007.04.03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