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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제1탄 - 강원도 당일여행 본문

travel/2004 강원도

여행기 제1탄 - 강원도 당일여행

노란전차 2004. 10. 27. 18:15
여행을 가게 된다면 꼭 기록으로 남기리라 다짐을 하고 만든
travel category의 첫 테이프를 끊을 일이 생겼다.
그 일이 무엇인고 하니 지난 일요일에 당일 패키지로 허브나라,
대관령 양떼목장, 오대산 월정사를 다녀온 것이다.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더듬어 끄적여 볼까 한다.


# 코스 선정 그리고 출발..

당일로 가을여행을 가는 것이 어떻겠냐는 과 동기의 제안을 받고
괜찮겠다 싶어 여러 여행지를 물색해봤다. 가깝게는 산정호수와
허브 아일랜드 코스부터 멀게는 내소사나 선운사도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나름대로 관심이 갔던 곳은 봉평 허브나라와 양떼목장이
포함된 강원도 코스였다. 허브나라가 괜찮다고 익히 소문이 나서
꼭 가보고 싶었고 양떼목장에서 진짜 양을 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램이 평소에 있었다. 결국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아 봉평 허브나라,
대관령 양떼목장,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 관광 코스를 신청했다.

사실 몸살 때문에 여행을 가지 못할 뻔 했다. 그러나 토요일 내내
집에서 쉬면서 약을 먹으니 나아지는 것 같았고 공기 좋은 강원도를
가는데 나빠질 리 있겠나 싶어 옷을 두껍게 입고 가 보기로 했다.
그래서 가디건에 점퍼까지 걸친 중무장(?)을 하고 나섰다.

오전 7시 30분에 광화문에서 모여 지정된 버스를 타고 첫번째 코스인
봉평 허브나라를 향해 출발했다. 서글서글한 가이드 분의 인사와
코스 설명, 주의사항 등을 듣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다 부족한 잠을
보충하려고 푹 잤다.


# 예쁘고 아기자기한 봉평 허브나라

첫번째 코스로 간 곳은 봉평 허브나라 농원이다.

여러 매체에서 다루어 유명해졌고 이렇게 당일여행의 일정에
항상 포함되어 더욱 유명해진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실외에서
자라는 허브보다 온실에서 자라는 허브들이 많았다.

농원 곳곳을 예쁘게 잘 꾸며놓아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았다.
갔던 당시 하늘도 파랗고 단풍도 예쁘게 들어서 사진을 찍기에
최상의 조건이었던 것 같다.

허브밭의 팻말들을 보니 재배하는 허브의 종류도 참 다양했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라벤더, 로즈마리, 민트 등은 기본적으로
재배하는 종이고 그 외에도 생소한 이름들의 허브가 참 많았다.
잎을 문질러 허브 향을 맡았는데 정말 좋았다.
허브의 생육조건은 풍부한 햇빛이라고 하는데 여태껏 내 손에서
허브가 죽어나간 이유가 햇빛을 못 받아서가 아닌가 싶었다.

이리 저리 둘러보니 다음 코스로 이동하는 시간이 되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가서 아쉬웠다. 다음을 기약하며..


# 점심식사 그리고 양떼목장으로

일정에 나와있는대로 점심식사를 했다. 양떼목장과 가까운
횡계에 있는 삼청가든(회관이었나?)에서 깔끔한 가정식 백반을
맛나게 먹었다. 여행지에서 먹는 밥이라 더욱 맛이 있었는지
아니면 원래 솜씨가 좋은 집인지 음식 맛이 좋았다.
특히 살짝 튀긴 듯한 호박전과 두부 부침이 맛있었다.
후식으로 커피까지 챙겨 먹었다.
여행지에서 먹으니 맥스웰 커피도 일류 커피 못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30여분 가니 두번째 코스인 대관령 양떼목장이 보였다.
아직도 푸른 초원 위에 동실동실한 양들이 멀리서 보였다.
능선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넓은 초원들이 펼쳐지는데 그곳에서
양들이 한가로이 뜯으면서 거닐고 있었다. 실제로 보니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하얀 양만은 아니었다.(사실은 조금 꼬질꼬질했다.)
순간 '양이 정말 하얄까요? 그리고 정말 양순할까요? 양떼목장에서
확인해보세요.' 하던 가이드 분의 말이 떠올라 속으로 웃었다.

초원과 산 위에서 보이던 산 아래 모습들, 파란 하늘 등을 찍고
내려와서 양들에게 건초를 먹여봤다. 건초를 건네주기 무섭게
맛있게 먹는 모습이 귀여웠다. 그리고 목장 입구 쪽 구석에서
한가로이 오수를 즐기던 목장견 양돌이(콜리였다)를 볼 수 있었다.
요 녀석이 머리가 좋아 사진을 찍을 때 포즈도 잘 잡는다던데
만사 귀찮은지 잠만 자고 있었다. 그래도 순간포착으로 양돌이를
찍어봤다. 누가 콜리 종(種)이 아니랄까봐 영리하게 잘 생겼다.

이래저래 한 바퀴를 도니 또 다음 코스로 갈 시간이 되었다.


# 전나무 숲길 따라 월정사로

마지막 코스는 오대산 월정사였다.

월정사 입구로 들어가는 길에 펼쳐지는 전나무 숲길이 예뻤다.
전나무 향이 두통과 감기에 좋다고 하기에 감기에 걸려 있던
나는 심호흡을 하며 간혹 복식호흡까지 하며 전나무 향을
열심히 맡았다. 그렇게 길을 걷다 보니 월정사 입구가 보였다.

사천왕문을 지나 절 입구를 들어서니 여러 건물들이 있었다.
옛 건물부터 요즘 새로 지은 건물들도 보였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고찰(古刹) 특유의 멋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건물 곳곳이 증,개축되어서 산중 분위기와는 어우러지지 않았고
곳곳에 배치된 석상도 왠지 이질적으로 보였다. 그리고 때아닌
날파리들이 들끓어 구경을 하면서 조금 힘들었다.

그러나 곳곳에 있는 빨간 단풍나무들이 참 예뻤고 절 뒤쪽의
약수터에서 물 한모금을 마시고 나니 상쾌해지는 느낌이었다.
이제 짧은 여행의 추억을 안고 서울로 갈 시간이 가까워졌다.


# 그리고 남은 이야기들...

서울로 가는 길은 많이 힘들었다. 때가 때니만큼 예정된 시각에
서울에 도착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떠난
당일코스 여행이었다지만 피곤한 마음은 매 한가지. 느릿느릿
가는 차 속에서 계속 잠을 잤다.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휴게소에서 재빨리 우동을 먹었다.
오랜만에 휴게소 우동을 먹으니 맛있었다. 역시 휴게소에서는
우동이 최고다. 최고. 다행히도 휴게소 이후부터 밀리지 않아
수월하게 서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내심 감기 때문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몸도 괜찮았고
집에서 누워있는 것 보다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걷는 것이
오히려 감기를 떨어뜨리는 데 더 좋았던 것 같다.
사실 쌍화탕을 든든히 먹고 전날 푹 자서 몸을 만들었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일정 내내 서글서글하게 설명을 잘 해준 가이드 분 덕에
여행의 재미가 배가 되었던 것 같다. 코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재미있게 설명을 해주어서 이 여행을 더 기억하게 될 것 같다.
게다가 때 맞춰 날씨도 참 좋아서 여행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운전기사분이 연신 '여러분들은 복받았다'고 말했을 정도로
생각보다 길도 복잡하지 않았고 사람들도 덜 붐비는 상태에서
코스를 다녔다.

주말 하루 부지런히 시간을 내서 깔끔하게 여행하니 좋다.
사실 패키지 여행이라 가이드의 권한(?)이 강하겠다 싶었는데
(일부 저렴한 당일 패키지 여행상품은 코스 중에 공장견학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께서 주의를 주셨던 기억이 난다.)
사전정보를 제공하고 여행자들에게 바람직하게 도움이 되는
모습이 좋았다.

다음에 기회를 만들어서 다른 코스로 가 봤으면 좋겠다.
파란 하늘, 예쁜 단풍, 향긋한 전나무 냄새...등등
두고두고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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