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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endipity
인스타그램을 하며 알게된 자칭 인터내셔널 방물장수 사장님이 마켓을 연다는 소식에나도 가볼까 하며 부대행사로 하는 영국 밀가루로 스콘 만들기에 응모했다 얼떨결에 당첨이 되는 영광을 누렸다.우리나라 곰표 백설표 해표 밀가루가 아닌 영국산 밀가루라니 뭐가 다를거야 하는 생각도 들었고,영국 이야기만 나오면 눈의 광채가 달라지는 나로서는 정말 끌리지 않을 수 없는 행사였다. 페들라(pedlar)의 뜻은 '방물장수'라고 한다.공부를 하면서 단어를 조금만 몰라도 인터넷 사전부터 뒤지는 내가 왜 이걸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던가...마켓이 열렸던 장소는 역삼역 3번 출구에 있는 캐피탈 타워 지하에 있는 502커피로스터스였다. 전부터 502커피로스터스 역삼점은 꼭 가봐야지 벼르고 있었다.그리고 재작년에 열렸던 서울카페쇼에..
지금은 정문 기둥과 벽 일부만 덩그라니 남아있지만 한때 이 일대는 '경성 아방궁'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친일파 윤덕영의 별장이었던 '벽수산장'이 있던 곳이다. 오랜만에 서촌 구경을 하면서 벽수산장 터를 다녀왔는데, 원래 있었다는 곳의 번지수를 지도에 찍어 갔더니 공사장만 있어서 잘못 찾았나보다 하고 골목을 따라 내려가니 사진으로만 봤던 정문 기둥이 모습을 드러냈다. 벽수산장 건물에 포함된 아치형의 담장이다. 신기한 것이 건물을 새로 지으면 헐어냈을 것 같은데 그대로 놓아둔 것이 좀 신기했다. 첫번째 사진에 있던 큰 기둥과 나란히 있던 작은 기둥인데, 사진에서는 작게 보이지만 연두색 철망 속에 담장 벽의 일부가 남아 있었다. 인터넷으로 '벽수산장'을 검색하면 실제 사진을 볼 수 있는데, 낮은 초가집과 기와..
이제 다 지나가고 있지만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파리 여행 때 팡테옹 앞을 지나다 기둥 사이에 걸린 현수막 속의 여성이 생각났다. 당시로서는 최근에 안장된 분인 것 같은데 누구인지 정말 궁금해서 우리나라로 돌아왔을때 구글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분은 시몬느 베유라는 정치인으로 아우슈비츠 생존자이며 프랑스에서 낙태를 합법화하고 여성의 권익을 위해 투쟁했으며 유럽을 통합하는데 큰 역할을 한 분이라고 한다. 사후에 바로 팡테옹으로 모셔진 것은 아니고 이분을 팡테옹에 안장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있었고 이를 마크롱 대통령이 받아들여 부군인 앙투안 베유와 함께 이장했다고 한다. 여성의 권익이 높을 것만 같은 프랑스에서도 팡테옹에 여성 인사를 안장한 것이 거의 백년만의 일이었다고 본 기억이 나는데 프랑스도 그렇단 말인..
지난 주말에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이하 한능검) 심화를 봤다. 이 시험은 접수부터 워낙 파란만장했고, 지난 50회 시험의 어마 무시했던 난이도와 준비 부족으로 결과가 좋지 않아서 이번 시험에 전적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접수 첫날 사이트 접속에서 접수 완료까지 2시간 반이 걸렸고, 그나마 운이 좋아서 동네와 가장 가까운 대학교에서 시험을 볼 수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서울 거주자가 극단적인 예로 제주도까지 가서 시험을 봐야 하는 상황까지 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어쨌든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사연이 담긴 접수를 끝냈고, 시험공부는 시험 전날까지 기준으로 소급해보면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이 소요되었다. 인터넷에서 일주일 혹은 이주일 만에 노베이스가 심화 1급을 땄다는 합격후기들에만 의존하..
지난 6월 22일 과제물 제출 마감 기한을 끝으로 방송대 1학기가 끝났다. COVID-19 때문에 출석수업이 과제물로 바뀌고 기말고사까지도 과제물로 바뀌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며 그야말로 멘붕이 왔다. 아마도 과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학교 측도 이걸 놓고 꽤나 고심했으리라 생각한다. 일단 과목 별로 제시하는 과제들의 유형이 조금씩 달라서 과제를 작성하려면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제시하는 방식이 무엇인지를 잘 파악해야 했다. 제출 기한은 하루하루 다가오고 '내가 과연 이걸 다 할 수 있을까', '그냥 한 학기 과락을 맞고 졸업유보를 할까'하는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이래저래 6과목 과제물을 기한에 맞춰 제출하고 해방감을 느끼며 성적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어쨌든 성적은 나쁘지 않게 나왔고, 이번..
위력에 의한 성범죄가 뭔지 알려면 영화 ‘밤쉘’을 봐야 한다. 하비 와인스타인 사건보다 1년 전에 폭스 뉴스의 앵커가 회장을 성희롱으로 고소한 사건이 영화의 소재인데 피해자의 심경, 밥줄이 걸려 편이 되어주지 않는 주변인들의 반응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르네 젤위거에 밀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데 실패했지만 샤를리즈 테론은 정말 빛났고, 그에 못지 않게 니콜 키드만과 마고 로비도 빛났다. 폭스 뉴스 회장 역으로 나온 존 리스고도 소름돋는 연기를 보였고 이 사람이 슈렉에서 영주 목소리를 냈다는게 믿기지 않았다는... 그리고 밤쉘 이야기가 나온 마당에 말하자면 피해자가 되었을때 왜 늦게 이런걸 터뜨리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는데, 피해자는 엄청나게 많은 고민을 하며 피폐해진다. 내 잘못일지..
고 장영희 교수의 영미시 책을 읽다 문득 고등학교 때 영어선생님이 생각났다. 서울대 출신의 똑똑한 이 선생님은 당시 가르치던 교과서의 저자인 장왕록 교수에게 집필상의 문법적 오류가 있다고 직접 연락을 드렸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을 보면 영원히 교사를 할 것 같은 분과 아닌 분들이 구분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영어선생님은 후자에 속했다. 그리고 우리 학교만 그런건지 모르겠으나 일부 서울대 사범대 출신 선생님들 중에 길게 교사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사교육계에서 한가닥 했거나 프랑스 유학을 떠난 분도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에 배우던 교과서의 저자가 장왕록 교수라는 것을 어렴풋이 기억하며 살다가 고 장영희 교수가 그분의 따님이었다는 것을 알고는 왠지 모르게 장영희 교수의 부친과 고등학교 때..
지난주에 동네 백화점에 갔는데 확진자 동선에 포함되어 긴급 폐점을 하고 방역을 한다는 말에 들어가자마자 황급히 나왔다. 그리고 일주일 가까이 집밖을 못 나가다 어제는 마스크를 사러, 오늘은 점심을 먹으러 바깥으로 나왔다. 집에 있으면서 혼자 이것저것 뚝딱거리며 만들어 먹기는 했지만 나도 남이 해주는 밥이 그리웠던지, 어제 동네 백화점에 들어왔다는 식당가가 올라온 블로그들을 열심히 검색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렇게 내 레이더망에 걸린 점심식사 후보는 간장새우덮밥이었으니... 간장새우는 제작년에 무창포에 짧은 가족여행을 갔을 때 먹어본 기억이 전부였지만 백화점 식당가의 여러 메뉴들을 보는 순간 이상하게 간장새우가 끌려서 여러 음식들을 제치고 선정했다. 간장새우는 너무 짜지 않고 고소하고 쫀득거렸으며, 밥양도 ..
작년 2학기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3학년으로 편입을 했다. 학교를 졸업한지 20년이 훌쩍 넘어간 시점에서 왜, 그것도 방송대에서 빡세다고 소문이 난 영어영문학과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전부터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번 해볼까 말까 고민만 열심히 했던 적이 있다. 영어학원 수강료보다도 등록금이 훨씬 더 싸고 이참에 영어공부를 해보자는 생각이 커서 늘 꿈만 꾸다가 현실에 부딪치기 일쑤였고, 시간이 있을 때 해보자 싶어 입학원서를 내고 합격을 해서 한 학기를 무사히 마쳤다. 처음에는 과락만 면하자 혹은 학점이수라도 잘하는데 의의를 두자는 생각이었는데 공부를 하면서, 특히 기말고사 준비를 하면서 없던 승부욕이 생기는 바람에 해설자료까지 죄다 출력해서 보는 바람에 온갖 출력물들이 난무하는 풍경이 벌어지..
일단 새 숙소를 나와서 다음 일정을 생각해봤다. 돼지코라 불리우는 어댑터가 없으니 일단 그걸 사야 하므로 역에 있는 부츠를 들렀다 런던의 마지막은 뮤지컬로 대미를 장식해야 하지 않나 싶어 표를 사러 레스터 스퀘어로 가기로 했다. 일정표가 없이 움직이다 보니 발길이 닿는대로 움직이는 편이었는데, 특히 이날은 가장 분주히 움직인 날로 기억한다. 숙소를 나오면 정문에서 맞은편으로 바로 보이는 영국도서관이다. 노란 간판에 있는 저 소녀가 누군지 궁금했는데 금새 의문이 풀렸다. 루이스 캐럴이 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그 앨리스였다. 도서관 로고에 자국 고전 소설의 주인공 삽화를 넣는 저 센스란... 그리고 영국도서관 바로 옆에는 보기만 해도 멋진 건물이 하나 있다. 원래 기차역이었다던데 지금은 세인트 판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