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전에 신문에서 제목이 '다이어리'로 끝나는 개봉 영화를
세 편 소개한 적이 있다.
하나는 S 다이어리, 또 하나는 '프린세스 다이어리 2',
마지막으로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이렇게 세 편의 영화를
간단한 평과 함께 소개하는 기사를 봤는데 나는 유난히도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 눈이 갔다.
체 게바라의 젊은 시절의 여행을 소재로 했다는 점이
막연하게나마 관심을 갖게 했다고 할까. 그리고 기사 속의
사진에 나온 것처럼 녹색 배경으로 오토바이를 탄 두 남자의
유쾌한 모습을 보고 '영웅의 장중함보다는 젊은 시절 영웅의
유쾌한 여행기일 것 같아서' 더욱 관심이 생겼던 것 같다.
지난 일요일 모처럼 아침형 인간처럼 부지런을 떨어서
조조로 영화를 봤다. 한적한 휴일 그것도 아침 일찍 영화를
본다고 생각하니 기분까지 상쾌해졌다.
각설하고, 이 영화의 가장 단순한 줄거리라면 천식 환자인
나병 전공 의대생 에르네스토 게바라(애칭은 푸세)와 친구인
생화학자 알베르토 그라나도가 4개월 간 남미를 여행하는
이야기다.
여행의 시작은 유쾌했다.
젊은 날의 열정과 객기(?)로 그들의 여정이 이어질 것 같았다.
적어도 병들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개발에 휘말려 점점 살 곳을 잃어가는 토착민족들을 접하고
우연한 계기로 나병 환자를 치료하게 되면서 에르네스토의
여행과 세상을 보는 시각이 조금은 바뀌게 된다.
이 여행이 결국은 혁명가 체 게바라가 되게 된 동기라고 할까.
영화를 보면서 찬란한 토착문명(마야, 잉카 문명)을 이루었지만
정복자에 의해 파괴되어 지금은 토착민족들의 명맥마저
사라져 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왠지 모를 서글픔이 느껴졌다.
페루의 마추피추에서 에르네스토가 여행일기를 쓰는 장면에서
느꼈던 그의 감정과 나의 감정이 비슷했다.
생각에 이 영화에 약간의 장중함이 들어갔다면
판에 박은 영웅담이 되었을 것 같다. 그만큼 이 영화의 시각은
'체 게바라가 혁명가가 되기 전 젊은 시절에 여행을 했는데
그 여행이 그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라는 방향으로
유지했다. 그래서 더더욱 만족스러웠다.
과장되지 않은 전개였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잔잔한 감동을 느꼈다.
# 뱀다리
이 영화로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은 '체 게바라 평전'일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아직 이 책에 손이 가지 않는다.
그리고 이 영화의 제작자는 로버트 레드포드이다.
실제 체의 일기 중에 북미에 관한 예민한 내용들도 있다는데
제작자가 그 쪽 출신인 관계로 영화에서 그 부분을 뺀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것 같다.
(경향신문인가에서 이런 기사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