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꽃피는 봄이 오면 (스포일러 가능성 조금)

노란전차 2004. 10. 2. 22:21
개봉 당시부터 보고 싶은 영화였다.
우연히 시간이 되서 보게 되었는데 잔잔한 여운이 남는다.

번번히 교향악단 오디션에서 미역국을 마시고
힘든 삶에 치여서 사랑하는 사람마저 떠나보낸 주인공 현우가
택한 탈출구이자 호구책은 강원도 탄광촌의 한 중학교
관악부 지도교사였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
조금씩 꿈이 사라져 가던 관악부 학생들은 현우의
지도 아래서 꿈을 이루어 가고 관악경연대회에 출전도 한다.
또한 현우도 잃었던 자신을 찾아 가게 된다.

대충 줄거리는 위와 같다.

최민식이 현우 역을 참 잘 소화해냈다.
힘들고 상처받은 사람의 모습부터 자신을 조금씩 찾아가는
모습까지 모두 최민식의 속에 녹아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인상적으로 봤던 것은 관악부를 지휘할 때
지휘봉을 휘두르는 모습으로 정말 전문적으로 음악을 하는
사람 같았다.

엄마 역으로 나오는 윤여정은 항상 봤던 시니컬하면서
지적인(김수현 드라마의 영향일지도 모른다) 모습과 달리
이 영화에서 자식 걱정을 하면서도 "넌 지금부터가 시작이야"라며
묵묵히 힘을 주는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여줬다.

영화를 보면서 결말이 홀랜드 오퍼스 같거나 혹은
뻔한 결말이 되지 않기를 내심 바랬는데 역시 그런 결론이
아니어서 더욱 괜찮았던 것 같다.
결국 현우에게도 겨울이 지나 꽃피는 봄이 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나는 말들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또 다른 길이 시작된다."
"When the lord closes the door, somewhere opens the window."

이 말들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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