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

전에 백화점에서 앞코가 뾰족하고 굽도 조금 높은 샌들을 샀다.

이런 스타일의 샌들은 처음인지라 사면서도 망설이고
발이 아프게 느껴져 사이즈를 바꾸려고 매장 직원 앞에서
다시 신어보기도 했는데 '샌들은 금방 늘어난다'는 말에
눈 딱 감고 신어보자 마음을 먹었다.

처음에 샌들을 신고 돌아다니는데 발이 아파서 고생을 했다.
엄지발가락 쪽에 물집이 잡혀서 바늘로 몇 번 따내야 했고
한동안 낮거나 적당히 길들여진 샌들만 신고 다녀야 했다.
모양은 예쁘지만 발이 아플 것 같아서 잠시 모셔두기도 했다.

오늘, 집을 나서는데 문제의 샌들을 신기로 했다.
길을 들여야 한다는 각오로 발이 아플 것도 각오하고
1회용 반창고까지 두둑히 갖춰 출근길에 올랐다.
의외로 신어보니 발이 아프지 않았다. 외려 굽이 높음에도
발이 편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혹독하게(?) 길들여지고 나니 적응이 된 것일까.
아니면 직원 말대로 금방 늘어나 버린 것일까.

새로 산 샌들은 그렇게 내 발에 적응해 나간다.

그리고 나도 서서히 일에 적응해 나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