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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임윤찬 위그모어 홀 데뷔 공연

노란전차 2023. 1. 22. 20:00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글인데 생각나서 여기에다 복붙해서 올려보며 약간의 살도 붙임.)

 

 

우리나라 시간으로 19일 새벽 5시에 임윤찬의 위그모어 홀 데뷔 공연이 있었다. 당일에 곧바로 유튜브로 올라온 실황 영상으로 봤지만 그래도 정말 좋았다.

 

특히 첫 곡이 존 다울랜드의 ‘눈물의 파반느’라는 사실에 좀 놀랐다. 이 곡을 편곡한 윌리엄 버드가 올해로 400주기를 맞아서 선정했다고 하고, 원래 류트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처연하고 구슬픈 곡을 임윤찬이 피아노로 잘 재현한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긴 가야의 우륵에게 음악적 영감을 받았다는데 존 다울랜드나 윌리엄 버드 같은 17세기 작곡가들을 다루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나 싶다.

 

바흐 신포니아에서 빠른 템포의 곡을 연주할 때는 재기발랄함도 살짝 보였고 2부에서 연주한 베토벤 곡들도 정말 좋았다. 첫번째 앵콜 곡이 영국 피아니스트 마이라 헤스(Myra Hess)가 피아노 곡으로 편곡한 바흐의 칸타타 BWV 147 "예수 인류 소망의 기쁨(Jesu, Joy of Man's Desiring)"이었는데 좋아하는 곡이 나와서 더욱 반가웠다. 해설자가 한국사람들이 마이라 헤스를 아는지 확신하지 않지만 Wartime Concerts를 한 사람이고 임윤찬이 좋아하는 연주자라고 말했던 것을 아주 조금 나아진 듣기 실력으로나마 들을 수 있었다. 나중에 찾아봤는데 마이라 헤스가 2차 대전 당시에 텅 빈 내셔널 갤러리에서 대중들을 상대로 연주회를 하며 위로와 희망을 준 분이라 임윤찬이 그런 마음을 본받아 누군가에게 또 다른 우주를 열어주기 위해 음악을 나누는 일을 하는게 아닌가 싶다.

 

더 타임스나 가디언 같은 영국 신문에서도 호평 일색인데 특히 더 타임스 기사에서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이다. 영국 신문이나 각종 리뷰들을 찾아서 저장해놓고 공부삼아 틈틈이 읽을 일만 남았다.

 

Not all piano competition winners fulfil their potential. I have a feeling he will.
Richard Morrison <The Times>

본인이 가진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훌륭한 연주인이 되길 바라는 마음 뿐이다.

 

이 공연은 위그모어 홀 홈페이지와 유튜브에서 공연일로부터 90일간 다시보기가 되니까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하시면 되고, 24일 밤 11시 50분에 MBC TV 예술무대에서 명동성당 공연을 녹화방영한다. 유튜브 재방송 스트리밍은 없다고 하니 이건 본방사수를 해야 할 듯…

 

위그모어 홀 홈페이지(https://wigmore-hall.org.uk)는 회원가입을 해야 하는 압박이 따르지만 광고가 없고, 유튜브는 광고가 나와서 맥이 끊길 수 있다. 프리미엄 가입자라면 큰 상관은 없을 듯 하고, 위그모어 홀은 Watch & Listen > Watch > Video Library에서 볼 수 있다. 몇년 전에 런던에서 공연 예약 때문에 사이트에 가입을 했는데 광고없이 보는 덕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공연 해설을 했던 Michael White가 두 번째 앵콜 곡인 리스트 "사랑의 꿈" 소개를 하며 'Love, as long as you can'이라고 했는데 나는 공연 동영상 공개기간이 끝날때까지 'Listen, as long as you can'의 마음으로 틈틈이 들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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