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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 기말시험 끝 - 고급영문강독

노란전차 2023. 1. 11. 18:47

이미 작년 12월 18일에 기말고사를 끝으로 2학기를 마치고 방학인 상태이지만 지난 학기 기말고사를 봤던 이야기를 미처 끝내지 못했다.

영어발음의 원리와 고급영문강독은 모두 어려운 과목이어서 걱정이 많았지만 나름대로 준비를 해서인지 두 과목 모두 성적도 나쁘지 않게 나와 한 학기를 마치면서도 굉장히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영어발음의 원리는 이미 이전 포스팅에 적은 바가 있고, 이제 고급영문강독을 풀어볼까 한다.

고급영문강독은 근대, 현대비평과 문화예술비평을 강독하는 과목으로 읽는 소재가 평론이다 보니 꽤 어려운 과목이었다. 가장 먼저 배우는 새뮤얼 존슨의 "Preface to Shakespeare"는 시험을 준비하는 순간까지도 어려워서 애를 먹었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입체적으로 와닿았던 글이기도 했다. 작년 9월에 국립극장에서 영국 국립극장의 연극을 영화처럼 영상으로 만든 NT Live를 봤다. 영국에 관심도 많고 영국배우들도 좋아해서 NT Live는 시간이나 여건이 되면 가급적 꼭 보는데, 당시에 봤던 공연이 셰익스피어가 쓴 희곡 '헨리 5세'로 새뮤얼 존슨이 평론에서 이 희곡을 잠깐 언급해서 아마 더 생동감있게 와닿았을 수도 있겠다.

이 평론에서 새뮤얼 존슨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당대 신고전주의 평론가들이 비판하는 시간과 장소와 행동의 일치, 즉 3일치의 법칙을 위배했다는 것을 반론하며 역사극은 이 법칙에서 예외에 해당된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독자의 상상력으로 작은 무대는 알렉산드리아에서 이집트로 프롤레마이오스의 궁에서 악티움의 갑으로 얼마든지 이동될 수도 있고 몇 년의 경과가 몇 시간의 경과처럼 생각될 수도 있다고도 언급한다. 그리고 헨리 5세에 나오는 아쟁쿠르 전투를 예로 들며 연극으로 상연한다고 해서 이를 실제 전장으로 착각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수업을 통해 배우고 헨리 5세를 봐서 그런지 어려운 평론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며 와닿았던 것이 아닌가 싶다.

다시 과목으로 돌아가서 말해보자면, 이 과목은 다양한 평론을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문장이 어려워 여러 번 읽어봐야 한다. 예습을 하면서 한 번 읽고, 복습을 하며 또 읽고, 시험을 준비하며 또 읽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수업 때도 교수님이 한 번으로 이해하기 어려우니 여러 번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이 그냥 하신 말씀이 아니었다. 출석수업과 형성평가로 이미 50점을 확보했지만 기말고사를 잘 봐야 하므로 이에 대한 준비를 잘 하려고 노력했다. 어떻게 했는고 하니...

1. 수업에서 강독한 부분은 다시 읽기
2. 워크북에 나온 주관식, 객관식 문제를 다 풀어보고 문제 지문에 익숙해지기
3. 기말시험이나 계절수업시험에 나왔던 기출문제를 모두 풀어보기
4. 수업시간에 풀었던 연습문제도 다시 보기
(2~4번에 언급한 내용은 시험 유형을 익히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5. 수업시간에 다룬 비평에 대한 분류는 꼼꼼히 외워두기

대략 이렇게 했음에도 준비가 미흡한 것 같았고, 이걸 어떻게 시험을 볼까 내심 걱정을 하며 시험장으로 향했지만 생각보다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었다.

지금에 와서 느끼는 것인데 한 학기 내내 길고 어려운 문장들을 접해서 그런지 영어로 된 글을 읽는 것이 전보다는 나아진 것 같다.
문장에서 주어와 동사를 찾는 것이 간단한 문장이라면 쏙쏙 찾아낼 수 있겠지만 길고 복잡한 문장일 경우에 수식어나 삽입구나 관계사절 등이 합세해서 주어가 엄청나게 길고 문장의 주어와 구나 절에 들어간 동사와 실제 문장의 주어가 헷갈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럴때마다 교재에 샤프로 표시하며 문장을 끊어서 읽는 습관을 들였고, 심지어 아이패드에서 읽을 때도 pdf에 애플펜슬로 그어가며 문장을 끊어서 읽기까지 했다. 그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전보다 글읽기는 향상이 되었다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그리고 앞에서도 언급했던 것과 같이 이 과목은 신고전주의에서 현대까지 다양한 시대의 평론이 나오는데, 어느 정도 고난의 시기 -새뮤얼 존슨에서 톨킨까지의 근,현대비평 시기를 감히 이렇게 불러본다- 를 지나고 나면 덜 어렵게 읽을 수 있는 문화예술비평이 나와서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유명한 새뮤얼 헌팅턴의 'The Clash of Civilizations and the Remaking of World Order'가 원래는 Foreign Affairs에 'The Clash of Civilizations?'으로 기고한 글을 다듬고 확대한 글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Foreign Affairs와 같은 전문적인 매체에 실린 글들도 좀 자신감있게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수업을 들을 때나 시험을 준비할 때는 어려워서 내가 잘 하는 게 맞나 싶었지만 어느 순간에선가 복잡하고 어려운 문장을 읽을 때도 두려움이 덜하고, 어렵지만 그만큼 깊이있고 생각할 거리들이 많은 글들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읽기 실력이 조금은 늘어난 것 같아 뿌듯했다. 누군가는 어려운 과목이라고 손사레를 치겠지만 이 과목을 공부하고 나면 알게 모르게 얻는 것도 많고 내가 이걸 했구나 싶어 좀 대견하다는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이렇게 2학기 기말시험 이야기는 마무리를 하고, 올해는 졸업을 목표로 두 학기를 잘 지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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